참가자들이 저마다 촛불을 켜든 채 4대강 사업 중단과 사회적 협의에 나설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여주/박경만 기자
참가자들이 저마다 촛불을 켜든 채 4대강 사업 중단과 사회적 협의에 나설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여주/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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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반대’ 고공 농성 18일째

4대강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점거농성 18일째인 8일, 경기 여주 이포보와 경남 창녕 함안보의 환경운동가 5명은 섭씨 30도를 넘는 무더위와 목마름, 무엇보다 경찰 강제진압 가능성에 대한 긴장감 등을 견디면서 고통스런 시간을 이어가고 있었다.

경기 여주군 대신면 남한강 이포보 27m 높이 상판 위에서 농성중인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전날 <한겨레> 기자와 무전기로 한 인터뷰에서 “많은 국민들의 사회적 협의 요구마저 외면한 채 공사를 강행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농성장 인근에 차린 환경운동연합 현장상황실의 활동가 10여명도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일부 주민들과 대치하며 하루하루 팽팽한 긴장상태에 놓여 있다. 끝내 8일 오후 2시30분께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지역 주민들과 농성장을 지지 방문한 시민들 사이에 시비가 붙어 수십명이 몸싸움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여성 방문자가 주민들에게 폭행을 당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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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일부 주민들은 확성기를 통해 “외부세력 물러가라”는 구호를 며칠째 되풀이하고, 7일 저녁 장승공원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도 주민들은 확성기로 유행가와 사이렌을 틀고, 욕설과 고함을 지르며 집회를 방해했다. 이포보 인근 상백리 주민 경아무개(56)씨는 “이포보 때문에 강변 쪽 땅값이 갑절 넘게 올랐고, 자전거도로와 수영장 등이 들어서면 크게 발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5일 이포보 상판 농성장 바로 옆에 천막을 설치한 뒤, 밤새 서치라이트까지 켜둔 채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과 장동빈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등 3명을 지켜보고 있다. 농성 활동가들은 준비한 식량과 물이 지난 2일 동나 시공업체를 통해 선식과 생수 등을 건네받아 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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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순례 도중 장승공원 촛불문화제에 시민 150여명과 함께 참가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통일행진 단장인 정윤지(23)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자연이 만들어준 아름다운 강을 국민이 그대로 두라고 하는데, 국민의 머슴인 대통령이 무슨 권한으로 파헤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경남 창녕군 낙동강 함안보 크레인 농성 현장도 매우 절박하다. 철구조물로 만들어진 40m 높이 타워크레인은 낮에는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뜨겁게 달아오른다.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이환문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낮에는 조종실 아래 공간에서 주로 지낸다. 가로세로 각 1m 남짓으로 두 사람이 함께 앉기도 어려울 만큼 비좁지만, 그나마 유일하게 그늘이 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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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기적으로 공급되는 식량 탓에 식사도 즉석밥이나 빵으로 하루에 한번만 하고 있다. 충전지를 아끼려고 휴대전화도 하루에 한번만 켜서 인근에서 천막농성을 하는 동료들과 연락한다. 경찰과 한국수자원공사 쪽이 외부인의 함안보 건설현장 출입을 막고 있어, 공사장 밖 동료들은 크레인 위 농성자들을 쌍안경으로만 가물가물 볼 수 있을 뿐이다.

크레인 위에 있는 농성 활동가들이 주로 하는 일이란 24시간 이어지는 함안보 공사 장면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환문 국장은 “너무도 빨리빨리 진행되는 함안보 건설 공사를 뻔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여주 창녕/박경만 최상원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