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다 퇴학 처분된 중앙대생이 퇴학 뒤에도 재단과 학교 쪽의 감시를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이 학생을 감시한 이가 두산그룹 계열사에서 파견된 중앙대 재단 사무처 소속 직원이어서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중앙대 총학생회는 “지난 24일 두산그룹에 항의하는 집회 현장에서 ‘노영수 관련 동향보고’라는 문건을 확보했다”며 해당 문건(사진)을 25일 공개했다. 노영수(28)씨는 지난 4월 두산그룹이 인수한 중앙대 재단의 학과 구조조정에 반대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시위를 벌인 뒤 퇴학 처분을 받았다.
문건에는 24일과 25일 노씨가 참가하는 집회의 내용과 학생 참가 규모 등이 기록돼 있었다. 현장에서 문건의 내용을 확인한 노씨는 “지난 일주일 동안 내가 누구를 만났는지, 무엇을 했는지 등이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노씨와 두산중공업 해고노동자 등 100여명은 2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두산타워 주변에서 ‘노동탄압, 교육파탄 두산 규탄 연대집회’를 준비하던 중 에이포(A4) 5장 분량의 문건을 갖고 있는 ㅇ씨를 발견했다. 학생들의 확인이 시작되자 이 남성은 달아났고, 학생들은 ㅇ씨를 종로5가에서 붙잡혔다. ㅇ씨는 저항하며 문건을 보여주지 않았고 현장에 있던 중앙대 교직원들도 문건 공개를 방해했다. 실랑이가 계속되자 학생들은 경찰에 신고했고, ㅇ씨는 두산중공업 소속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들은 경찰과 협의 끝에 문건 전체 내용을 26일 오전 학생과 학교 쪽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공개하기로 했다.
중앙대 총학생회는 “퇴학생을 불순분자 다루듯 조사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재단과 두산중공업을 26일 경찰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앙대 쪽은 “ㅇ씨는 두산에서 2008년 파견된 직원으로 재단 사무처에서 일해 왔다”며 “노씨가 학교와 두산그룹의 명예를 해치는 활동을 해 주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 문건은 문과대 행정실에서 노씨와 통화한 내용 등을 정리해 재단 쪽에 전달한 것이며 감시를 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중앙대재단, 제적생 감시하다 ‘들통’
학내 언론탄압·구조조정도 모자라…
집회 현장에 직원 보내 ‘동향보고’
총학 “일주일 행적 빼곡”
- 수정 2010-07-25 19:18
- 등록 2010-07-25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