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둘러싼 알록달록한 텐트마다 새하얀 ‘해고 통지서’가 나붙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해고한다’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명의의 해고 통지서였다. 통지서에는 “주주총회 결과, 회사를 말아먹기 전 해고를 결의하고, 가결되어 서면으로 통지합니다. 아울러 딴나라당의 해체와 홍보팀 조중동, 불법입국자로 판명된 뉴라이트의 해고와 강제출국 사실도 전달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이를 읽으며 박장대소했다.
‘72시간 국민행동’ 이틀째인 이날 낮, 서울광장은 놀이와 풍자, 웃음이 범벅이 된 한바탕 축제마당이 됐다. 지난달 같은 자리에서 열린 ‘하이서울 페스티벌’도 그만큼 유쾌하지는 않았다. 정권에 반대하는 운동의 엄숙함은 사라졌고, 분노는 해학으로 승화됐다. 소풍 나오듯 참가한 가족과 대학생, 직장인들은 서로 얼굴을 몰라도 하나였다. 광장의 시민들은 “지난 100일 동안 뭐 하나 재미있는 일이 없더니만, 이제야 대통령께서 이런 재밌는 판을 벌여주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광장에는 촛불집회 이후 최대 인파인 10만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시민들은 스스로 준비해 시위를 축제로 만들었고, 싸들고 온 음료수와 김밥 등도 나누었다.
이날 낮 거리화가 두 사람이 즉석에서 그린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패러디 그림은 시민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그림 속에선 이명박 대통령과 미친소가 손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린 안아무개씨는 “폭력 동영상을 보고 현장에 나왔지만, 막상 나와 보니 축제가 벌어지고 있어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단체 모꼬지를 온 듯했다. 10여명씩 둘러앉은 모임이 수십팀이었고, 이들이 일어나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지켜보는 직장인과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질세라 네댓 살 아이들도 나와 동요를 부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대학생들이 조그마한 물총을 가져와 경찰버스를 향해 ‘물대포 공격’을 벌이는 장면은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축제의 중심인 서울광장은 ‘공존의 광장’이기도 했다. 전날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들이 광장을 선점하자, 시민들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란 노래로 답했다. 충돌은 없었다. 광장 한쪽에선 서울시가 주최한 스쿼시 대회도 차질없이 진행됐다. 술도 등장했으나 질서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대학생과 직장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며 밤새 이야기꽃을 피웠다. 예비군복을 입은 예비역과 대학생들은 대형 쓰레기 봉투를 들고 시위대를 따라다니며 자리를 정리했다.
6일 낮 서울광장에 나온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지금 광장을 떠도는 웃음은 예를 들어, 권위 없는 교사가 폼을 잡으면 학생들 사이에서 킥킥대는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억압됐던 욕망이 10대들에서부터 터져나오기 시작해, 이제는 그 유쾌함이 기성세대들에게까지 전염돼 새로운 놀이판이 벌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진환 송경화 황춘화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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