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는 이들에게 가장 낮은 장애등급인 6~7급을 일괄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들의 모임 제공
국가보훈처는 이들에게 가장 낮은 장애등급인 6~7급을 일괄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들의 모임 제공

“다리를 절단해서라도 통증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당장 잘라내고 싶습니다.”

강원 횡성군에 사는 조재진(26)씨는 길을 걷다 오른쪽 다리에 물체가 가볍게 스치기만 해도 끔찍한 통증을 느낀다. 아픈 부위를 잘라내고 싶을 정도의 고통이 그를 따라다닌 지도 벌써 2년째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보기 드문 질병이다. 외상 등이 원인이 돼 후천적으로 발병되는 이 증후군은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아직까지 치료법이 없어, 통증을 완화시키는 약물을 투입하는 게 고작이다.

지난 2005년 4월 군에 입대한 조씨는 같은해 11월 부대에서 축구를 하다 종아리를 다쳤다. 단순 골절상으로만 알았던 조씨는 이후 이렇게 끔찍한 고통이 찾아오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몇 달이 지나도 통증이 가시지 않아 대학병원을 찾은 조씨는 2006년 봄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병 제대를 했지만, 복학은 고사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조차 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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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입대 뒤 전투경찰로 근무하다 시위진압 도중 한쪽 팔을 다친 김해동(24)씨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 목의 척수 신경을 자극하는 기계를 왼쪽 가슴에 이식한 상태다. 통증이 밀려오면 언제든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악몽같은 시간을 보내며 김씨는 점점 혼자가 돼 갔다. 그는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세 차례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는 했지만, 가장 낮은 장애등급을 받는다. 지난 4일 시행에 들어간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보면,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등급이 부여되던 과거와 달리 무조건 최하 장애등급인 6~7급을 부여받는다. 7급의 한달 보상금은 25만원으로, 5급(93만원)이나 4급(112만원)과 큰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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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환을 앓고 있는 300여명의 국가유공자들은 개정된 법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들의 모임’ 유현정 자문 변호사는 “허리디스크를 앓아도 6급으로 인정받는 것에 견줘, 하루하루를 극심한 통증 속에 살아가는 환자들에게 일률적으로 6~7급을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김용철 대한통증학회 교수(서울대 의대)는 “보훈처가 법 개정을 하면서 자문을 구해온 적이 없다”며 “일률적으로 같은 등급을 부여할 게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장애등급 적용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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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제복 보훈처 심사정책과 사무관은 “아직까지 이 질환에 대한 연구자료가 없어 등급 기준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앞으로 통증학회와 환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씨의 어머니 박명애씨는 “지금은 신앙으로 견디고 있지만 재진이가 가끔 ‘차라리 하느님이 날 빨리 데려가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한다”며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지는 못하더라도 합당한 장애 판정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달라”고 하소연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