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준이 우리 법제를 잘 모른다. 가짜 이면계약서 하나만 달랑 가져오면 이명박 후보를 부를 줄 알았던 거지."
5일 이명박 후보가 `BBK 사건'에 연루된 증거가 없다는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기 직전 이번 수사에 정통한 한 검찰 관계자가 황당하다는 듯 혀를 차며 털어 놓은 말이다.
김씨는 자신의 영향력이 극대화될 수 있는 대선 정국을 송환 시점으로 택해 이 후보를 `BBK 사건'으로 엮으려 했지만 자금추적 등 물적 증거 위주로 수사를 진행한 한국 검찰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바람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김경준이 혐의사실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는 데다 이번 사건의 성격상 말이 아닌 계좌추적과 물증에 의해 수사가 이뤄졌다"며 "김경준의 진술에 구애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면계약서를 제시하면 검찰이 이 후보를 소환해 자신과 대질조사를 벌이는 등 송환과 동시에 `김경준 대 이명박' 구도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한국 검찰의 수사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평가다.
김씨는 심지어 미국에서와 달리 검사가 직접 피의자를 신문하는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왜 김경준씨가 이면계약서 같은 가짜 증거까지 들이밀며 유력 대선 후보를 공범으로 몰고가는 무리수를 둔 것일까.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씨의 이런 행동이 수백억대 재산의 향배를 놓고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건의 민사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모든 게 돈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투자를 가장해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에 돈을 보내는 방식으로 자신이 운영하던 옵셔널벤처스 회삿돈 38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는 2004년 미국에서 옵셔널벤처스의 승계법인인 옵셔널캐피털로부터 3천만달러 짜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한 상태다.
옵셔널캐피털은 김씨와 함께 부인 이보라씨, 누나 에리카김 및 회삿돈을 송금받은 유령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김씨는 미국법에 따라 2005년 `회사를 함께 운영한 이 후보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새로운 피고로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승인했다.
만약 김씨가 이 후보를 공범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면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책임을 나눠질 수 있게 돼 김씨 측으로서는 미국에 압류돼 있는 재산을 한 푼이라도 더 보전하는 데 유리한 입장에 서게된다.
이 사건 말고도 김씨는 다스와 이 후보가 낸 수백억원대 투자금 반환소송의 피고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물론 실제로는 이 후보의 것이라는 의혹이 받은 다스를 함께 압박해 이에 부담을 느낀 원고들이 소송을 취소하도록 하는 것도 김씨 측이 내심 바라는 바였을 수 있다.
에리카 김과 한나라당 측은 이와 관련해 서로 상대방 측이 민사소송 취소대가로 `딜'을 제안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법원에서 범죄인 송환이 결정돼 인신보호 청원을 통해 송환 시기만 연장하고 있던 김씨 측으로서는 이 후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밑져봐야 본전인'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지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치밀한 계산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한국 검찰의 수사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치명적인 실수 때문에 역전극에 실패하고 말았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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