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문건은 삼성전관(현 SDI)과 삼성물산 사이의 설비구매 `합의서(메모랜덤)', 삼성그룹 관계자가 구매한 `미술품 리스트', 참여연대 법조인의 `네트워크 현황' 1건 등 모두 3건이다.
김 변호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8개 항목으로 자신이 제기하는 의혹을 정리했으며 증거 문건을 제시하지 않은 항목에 대해서는 삼성그룹의 법무팀과 재무팀에서 근무한 경험을 들어 의혹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전관 삼성물산 사이에 체결된 `합의서'(메모랜덤) 3장을 통해 삼성물산이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건은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두 회사 사이에 1994년 작성된 1장짜리 문건들로 삼성전관의 구매팀장과 삼성물산의 런던, 타이베이, 뉴욕 지사장의 서명이 각각 담겨 있다.
이들 문건들에 신용장(L/C)개설시 받게 되는 메이커 공급가격과 삼성물산의 수수료가 적혀 있는데 둘 사이의 차액이 삼성그룹의 비자금으로 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관과 삼성물산 사이에 이뤄진 합의서에는 메이커 공급가격이 20%로 명시돼 있는 한편 수수료는 1%여서 19%만큼의 비자금으로 조성된다는 설명이다.
문건에는 이 같은 차액에 대해 "사후관리는 상호협의ㆍ처리한다"고 다소 애매한 언급이 나온다.
함께 공개된 미술품 구매관련 2장짜리 자료의 첫번째 장에는 서미갤러리의 홍송원씨 명의로 된 '2002-2003 구매목록(Purchase 2002-2003)'이라는 제목 아래 30건의 미술품 목록과 가격 등이 적혀 있다.
또 '대금지급 목록(Payments 2002-2003)'이라는 제목의 두번째 장에는 2002년 1월 14일부터 2003년 9월 22일까지 57차례에 걸쳐 지급된 대금과 대금지급에 이용된 국내외 은행목록 등이 기재돼 있다.
이 리스트에는 시가 800만달러(2002년 당시 환율로 100억원대)에 달하는 '베들레헴 병원'(프랭크 스텔라)과 716만달러짜리 '행복한 눈물'(리히텐슈타인) 등이 포함됐다.
그는 "'행복한 눈물'은 이건희씨 집에 걸려 있다는 얘기를 이재용씨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을 매수하기 위해 삼성측이 작성한 리스트라며 `참여연대, 법조인 네트워크 현황'이라는 문서도 공개했다.
2002년 1월10일 작성된 것으로 돼 있는 이 문건은 참여연대측 변호사인 김모 변호사와 관련된 인물을 핵심지인, 사시동기, 대학동기, 대학동문 등 4개 영역으로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해당 변호사는 소액주주 운동 등에서 참여연대를 도와 소송을 진행했던 인물로 2005년에는 이 단체가 비상장 주식의 계열사 헐값 매각과 관련해 삼성전자 이사들에 대해 벌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변호사로 참여하기도 해 승소하기도 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기획팀의 대외협력 부서에서 나에게 변호사 가운데 친삼성적인 성향의 우군단체를 구성할 수 있느냐고 문의하며 참여연대의 한 변호사에 대해 접근 리스트를 만들어 책자로 줬다"며 문건 입수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책자를 받고 아무 로비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 문건은 나에게 지시하려고 내려진 문건이다. 실제 로비를 벌이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병규 김병조 기자 bkkim@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용철 변호사 공개 문건 3건의 내용은
계열사 구매 합의서ㆍ미술품 리스트ㆍ시민단체 네트워크
- 수정 2007-11-26 21:59
- 등록 2007-11-26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