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의 발, 버스. 가장 친숙한 교통수단 중 하나지만, 가끔 이상한 풍경이 벌어진다. 집어가는 손님이 없는데도 현금영수증이 꼬박꼬박 발급돼 종이 값만 날리고, 최신식을 자랑하는 고속버스터미널에선 손님을 짐짝처럼 길거리에 내려놓는다. 그런가 하면 편리하라고 달아놓은 카드단말기는 몇 달째 외면당하고 있다.
필요한 사람 없는데 현금영수증 ‘줄줄줄’

#1. 24일 오후 4시30분, 서울 청량리~오금동을 오가는 3216번 버스의 운전기사 이천석(58)씨는 건널목에서 버스가 잠시 멈추자 재빨리 운전석에서 일어났다. 곧 어지럽게 삐져나온 현금영수증을 플라스틱 상자 안으로 쓸어담았다. 발급기에서 나온 영수증은 30여장으로, 길이만 약 2.. 이씨는 “온종일 운행해 봐야 영수증을 뜯어가는 사람은 고작 한두 명에 불과해, 기사들이 하루 동안 모아온 현금영수증을 합치면 10ℓ 휴지통 두 개를 가득 채운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시내버스를 탈 때 현금을 내면 버스기사들은 일일이 확인 단추를 누르게 돼 있다. 2004년 5월 버스 준공영제 시행 이후 버스회사 수익 배분을 위해 현금 승차자의 수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단추를 누르면 영수증도 자동 발급된다. 이렇게 한 해 영수증 종이 값에 들어간 돈은 2억1천여만원이다. 그러나 정작 현금영수증을 찾아가는 승객은 극소수다. 5천원 이하의 저가 영수증은 국세청의 세금환급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통기획과 고홍석 과장은 “회사 제출용이나 단체용 등 필요한 사람만 끊을 수 있도록 3월부터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 24일 밤 10시30분. 서울 고속버스 호남선 터미널. 하차장 15곳 중 13곳은 이미 주차한 버스들로 꽉 찼다. 터미널 진입로부터 빽빽하게 들어선 버스들 때문에 더는 들어갈 여지가 없었다. 뒤늦게 터미널에 닿은 버스는 터미널 어귀 대로 가에 승객들을 내려놓았다. 광주에서 온 대학생 김아무개(23)씨는 “밤에 오면 항상 터미널이 아니라 엉뚱한 곳에 내려줘, 짐이 많은 사람들은 매우 불편하다”고 말했다. 고속버스 운전기사 김아무개(52)씨는 “밤늦게 주차할 공간을 찾아 1시간씩 허비하느라 쉴 시간을 빼앗긴다”고 말했다.
호남선 터미널 주차장 정원은 155대지만, 하룻밤 평균 주차차량은 260대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터미널을 운영하는 센트럴시티는 주차장 한계선을 넘어 터미널 안의 하차장에까지 차를 주차시킨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은 정해진 주차공간이 아닌 진입로 등에는 자동차를 세우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터미널 정류장 밖에서 승객을 타고 내리게 해서도 안 된다.
센트럴시티는 불법 주차된 차량에 대해서도 1대당 3400~5000원 가량을 주차료로 꼬박꼬박 받고 있다. 전백우 센트럴시티 운송사업팀장은 “운행 시간이 끝나기 전에 하차장에 버스가 주차한다는 것은 몰랐다”며 “곧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카드 단말기 ‘먹통’ 손님들 항의 빗발

#3. 24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동서울터미널. 경기 번호판을 단 버스들에는 교통카드 단말기가 달려 있다. 그러나 모두 ‘먹통’이다. 경기고속 채아무개 주임은 “아직 작동이 안 돼 교통카드를 쓰려는 손님들이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11월 1640여대의 경기 지역 시외버스들에 교통카드 단말기를 달았다. 이천·부천시 등의 시외버스터미널에선 교통카드로 버스를 탈 수 있다. 그러나 동서울터미널만은 예외다. 현금을 내야만 버스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터미널 쪽이 ‘교통카드 단말기와 창구발권 프로그램이 연동되지 않고, 창구 직원이 줄게 된다’는 이유로 교통카드 단말기 작동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대중교통과 직원 방아무개씨는 “터미널 사업자와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태 전진식 기자, 정유경 이완 김외현 수습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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