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따뜻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공생발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학들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 구실을 해야 할 입시에서 소외계층을 뽑는 데 여전히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등 서울지역 일부 대학의 경우, 2011학년도 입시에서 저소득층 학생 선발 비율이 전체 모집정원의 1%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출받은 ‘2011학년도 주요대 정원외 특별전형 선발 현황’을 보면, 서울지역 대학 16곳이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회균등선발’로 뽑은 인원은 전체 신입생 모집정원(3만8726명)의 7.54%인 2920명에 그쳤다. 2009학년도 입시부터 시행된 기회균등선발은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기초생활수급권자 및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학생 △농어촌 학생 △전문계고(현 특성화고) 출신자를 모두 합해 전체 모집정원의 최대 11%까지 뽑는 제도다. 서울지역 주요 대학들이 소외계층을 법이 정한 한도보다 크게 낮은 비율로 뽑은 셈이다. 한양대(6.05%), 한국외대(5.97%), 서울대(5.73%), 고려대(5.41%), 서울시립대(4.58%), 이화여대(4.57%) 등은 16개 대학 평균에도 훨씬 못 미쳤다.
이들 대학은 특히 저소득층 학생 선발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6개 대학이 2011학년도에 선발한 저소득층 학생은 전체 정원의 1.61%(661명)에 불과했다. 농어촌 학생 선발 비율(3.62%)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기회균등선발’의 법적 근거인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저소득층 학생을 전체 정원의 9%까지 뽑을 수 있도록 했다.
고려대는 신입생 모집정원이 3772명으로 가장 많지만 저소득층 학생은 단 24명(0.64%)만 선발했다. 동국대는 모집정원(2715명)의 0.44%에 불과한 12명을 뽑는 데 그쳤고, 숙명여대 역시 21명(2278명의 0.92%)으로 1%에 못 미쳤다. 숙명여대는 2010학년도까지 저소득층 전형을 도입조차 하지 않다가 2011학년도에야 신설했다. 여대 가운데 모집정원이 가장 많은 이화여대는 31명을 뽑아 전체 정원(3109명)의 1.0%에 턱걸이했다. 서울시내 유일한 공립대인 서울시립대는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형이 아예 없다.
2011학년도 입시에서 저소득층 학생을 많이 선발한 대학은 서강대(4.02%), 서울대(3.83%), 연세대(3.5%), 성균관대(3.42%) 차례였다.
더구나 일부 대학은 저소득층 학생을 뽑으면서 다른 전형과 똑같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고 있었다. 고려대의 경우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일반전형과 똑같고, 서울대 역시 저소득층 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지역균형선발전형 및 특기자전형과 같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의 김경범 교수는 “저소득층 학생들도 다른 전형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서울대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우리가 제시하는 기준(2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이 애초에 낮았기 때문에 더 낮출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연세대와 서강대 등은 저소득층 전형에는 일반전형보다 1~2등급가량 낮은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한다. 김동노 연세대 입학처장은 “우리 학교가 정한 수준(2개 영역 등급 합이 6 이하 또는 1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이 아니면, 이 학생들은 입학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저소득층 학생, 합격해도 걱정장학금·기숙사 지원 없어“성적순 뽑는 관행 바꿔야”
경기 동두천중앙고의 박철우 교무부장은 최근 대학에 합격한 두 제자가 진학을 포기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두 제자 모두 기초생활수급권자로 동국대의 저소득층 학생 대상 전형에 합격했다. 그는 “두 아이 모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환경이어서, 수백만원씩 하는 등록금과 입학금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나라에서 주는 장학금이 있다고 해도 절반 정도밖에 안 되니 나머지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대학에 합격한 뒤에도 장학금이나 기숙사 지원을 받지 못하는 등 대학의 무관심 탓에 어려움을 겪는다.
서울지역 16개 주요 대학의 ‘2011학년도 입시요강’을 통해 이들 대학이 저소득층 학생 대상 특별전형으로 선발한 학생을 위해 운영하는 장학제도를 살펴보니, 이 전형 합격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곳은 연세대뿐이었다. 연세대는 ‘연세한마음전형’ 합격생 119명 모두에게 8학기 등록금(입학금 포함) 전액을 지원하고 학기마다 도서비 20만원도 지원한다. 다만 연세대는 이 전형의 지원 자격을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제한하고 차상위계층은 제외했다.
연세대를 뺀 대다수 대학은 기초생활수급권자의 경우 한국장학재단이 지급하는 국가 장학금(한 학기 220만~230만원)의 차액을 지원하고 있었으며, 입학금은 거의 지원하지 않았다. 또 저소득층 학생 전형으로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학생을 함께 뽑으면서 장학 혜택에서는 차상위계층을 제외하고 있었다.
기숙사의 경우 숭실대와 한양대가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학생을 우선 선발했다. 중앙대와 고려대는 성적 순으로 기숙사 입소자를 뽑는다고 명시했다.
성열관 경희대 교수(교육학)는 “미국은 장학금을 성적 순이 아닌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른 학생의 필요에 따라 지급한다”며 “대학 평가 지표에 기회균등선발 비율이나 사후 지원 등을 포함시키면 상황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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