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9일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역사교과 교육과정을 고시하면서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꾼 데 대해, 역사교과 교육과정 개정안을 연구한 ‘역사교육과정 개발정책 연구위원회’ 위원들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연구위원회 오수창(사진) 위원장(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은 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교육과정의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공개했다. 이 성명서에는 역사교과 연구위원 24명 가운데 21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쓴 것은 한국 현대사의 핵심 개념이 크게 바뀐 것”이라며 “교육과정의 핵심 개념을 교과부가 임의로 변경한 것은 인정할 수 없으며, 민주주의라는 용어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개념 자체가 불명확한데다, 이 말은 주로 시장과 경쟁, 남북대립을 강조한 이들이 사용해왔다”며 “그런 관점의 정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어느 한쪽의 시각으로 한국 현대사를 해석하려면 타당한 학문적 근거나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연구위가 ‘역사교육과정 개발 추진위원회’의 검토와 공청회, 역사학자들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교과부에 최종 제출한 역사교과(초등학교 <사회>,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에는 일관되게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그러나 교과부가 발표한 최종 고시안에서는 모두 ‘자유민주주의’라는 말로 바뀌었다.
연구위원들은 성명서에서 “자유민주주의 개념과 관련해서는 공청회에서도, 추진위에서도 논의된 적이 없었다”며 “제대로 논의된 적도 없는 개념을 고시 단계에서 일방적으로 교육과정에 올리는 것은 절차상의 잘못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헌법에서 우리가 신봉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뜻하는 것이지 좁은 의미의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이 학계의 설득력 있는 견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과부 김숙정 교육과정과장은 “한국현대사학회가 공청회에서 자유민주주의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처음 제시해, 교과부 교육과정심의회, 국사편찬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용어를 바꾼 것”이라며 “절차상의 문제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민경 이재훈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