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6월2일 교육감 선거에서 ‘무상급식’뿐 아니라 ‘혁신학교’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후보는 현재 33개인 도내 혁신학교 수를 2014년까지 200개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서울형 혁신학교’를 300곳 지정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혁신학교’를 △배움이 즐거운 학교 △제대로 가르치는 학교 △사교육비 걱정 없이 진학과 진로를 지도해주는 학교 등으로 규정했고, 곽 후보는 ‘서울형 혁신학교’를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교육 △창의·인성·적성 교육 등을 실현하는 곳이라 규정했다. <한겨레>는 지난 5월2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보평초등학교(이하 ‘보평초’)에서 서길원(49·사진) 보평초 교장을 만나 ‘혁신학교’란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지, 기존 ‘자율학교’나 ‘사교육 걱정 없는 학교’와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보평초는 지난해 8월 ‘혁신학교’로 지정·신설됐다. 평교사였던 서 교장은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이 학교 교장이 됐다.
오랫동안 남한산초등학교(이하 ‘남한산초’)를 성공모델로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혁신학교’인가? ‘혁신학교’ 교장공모에 응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달라.
"남한산초 모델엔 두 가지 한계가 있었다. 첫째는 새로운 교사 수급이 매우 어려워 확대·재생산이 힘들었다. 선뜻 남한산초 교사가 되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작은 학교니까 가능하다’는 주변의 비판이었다. 도시학교엔 적용이 어려운 모델이란 것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스쿨디자인21’이라는 실천적 교사들의 연구모임을 조직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학교’를 함께 연구하고,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는 곳이다.
여기에 동참한 교사들과 ‘새로운 학교’를 준비하던 중 지난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당선됐다. 김 교육감은 ‘공교육 정상화와 공교육 미래’를 위해 새로운 학교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6월 수차례 내부 논의와 교육·시민단체 및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공청회를 거쳐 공교육 정상화·다양화를 위해 ‘혁신학교’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는 ‘혁신학교’ 취지에 깊이 공감하며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그래서 혁신학교이면서 신설학교인 보평초 교장공모에 응한 것이다."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무엇을 ‘혁신’하려 하는가?
"무엇보다 학교 안에 뿌리 깊게 내린 근대(산업사회)의 ‘분업적 구조’를 ‘협업적 구조’로 바꿔내야 한다. ‘분업적 구조’에서는 교사들이 교실이나 자기 교과에 갇혀 있기 쉽다. 또 교실이나 학교를 ‘개방’을 전제로 한 공적 영역이 아닌 ‘폐쇄’적인 사적 공간으로 여기기 쉽다. 분업 구조로 말미암은 수동적이고 폐쇄적인 학교문화는 교육기획력 부재와 교육내용 획일화로 나타나고 있다.
‘혁신학교’는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에 걸맞게 교사의 능동적 자발성에 기초해 ‘개방과 협력’을 추구하는 학교다. 이를 위해 교사들이 스스로 교실 수업을 개방하고, 동료교사와의 협력을 통해 성장을 경험할 수 있는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사가 먼저 배움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도 학교에서 즐겁게 배울 수 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 구축’은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이 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학습공동체 이전에 먼저 이뤄져야할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공동체 형성의 근간이 되는 ‘안전과 신뢰의 학교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학생 사이의 물리적 폭력이나 언어적 폭력, 왕따, 매 맞는 교사 등은 공교육 붕괴의 상징이 됐다. 공교육이 살아나려면 무엇보다 학교가 학생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에게도 ‘안전한 곳’이 되어야 한다. 왜냐면 ‘안전’은 공동체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학교는 신뢰를 받아야 한다. 촌지, 체벌, 근무태만 등으로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 일을 이젠 멈춰야 한다. 몸에 배인 친절과 돌봄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보평초에선 ‘안전과 신뢰의 학교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교사, 학생, 학부모 누구나 실천가능한 ‘3무3행 운동’을 펼치고 있다. 여기엔 학교에서 하지 말아야 할 3가지와 해야 할 3가지를 명시(표 참조)해 놓았다. 지난 6개월동안 이 ‘3무3행 운동’이 학교의 규범이자 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온힘을 기울여왔다. 이것이 ‘혁신’의 출발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평초에선 점차 교사가 자신의 편의보다 학생을 먼저 생각하고, 학부모가 ‘내 아이’ 중심이 아닌, ‘우리 아이’ 중심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혁신학교’가 기존 ‘자율학교’나 ‘사교육 걱정 없는 학교’ 등과 다른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새로운 학교공동체문화 형성’을 ‘혁신’의 출발점을 삼은 게 가장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수요자의 요구에 발맞춰 교육과정을 자율화하거나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공교육의 근본 위기는 앞서 말했듯이 ‘안전과 신뢰의 문화’가 무너지면서 비롯됐다. 제도를 바꾼다거나 시설에 투자한다고 해서 잘못된 관행들이 고쳐지지 않는다. 학교 구성원들이 합의하거나 동의한, 누구나 지킬 수 있는 ‘규범’을 모두가 지켜나갈 때 안전과 신뢰의 학교공동체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지난 15일 스승의 날에 학부모 2명이 학교 주변을 배회하는 걸 보고 바로 방송실로 달려갔다. ‘스승의 날엔 교사 면담이 안 된다’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선 사소한 것부터 끈질기게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
교직원이 40명이 넘고, 학생은 1100명이 넘는 ‘큰 학교’ 보평초 교장으로 부임한 지 10개월이 돼 간다. 이른바 ‘큰 학교 살리기 운동’이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과 같은 점은 무엇이고, 다른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폐교 직전에 있던 남한산초가 학생이 가고 싶고, 학부모가 보내고 싶은 학교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의 합의와, 학교 운영에 있어서 이들 사이의 균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남한산초는 10명 안팎의 ‘학교살리기위원회’를 통해 20여 차례 학교 운영원칙과 모델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합의를 이뤄냈다. 또 교사나 학부모, 지역사회가 서로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한 것도 남한산초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가운데 하나다. 이 원리는 ‘큰 학교’ 운영할 때도 중요하다.
그러나 뜻과 열정이 있는 소수의 교사나 학부모만 있으면 성공 가능성이 높았던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과는 달리,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큰 학교’에선 학교장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또 ‘큰 학교’가 마치 ‘작은 학교’처럼 따스하면서도 역동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보평초는 현재 ‘미니스쿨’이란 불리는 3개의 학교 안 작은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1~2학년은 기초문해력과 기초생활교육을 강조한 ‘배움스쿨’에, 3~4학년은 텍스트 이해 교육을 강조한 ‘나눔스쿨’에, 그리고 5~6학년은 자기주도학습을 강조한 ‘보람스쿨’에 속해 있다. 이들은 독립적으로 자율적이며 창의적인 교육과정과 교육활동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의 학교 운영 계획은?
"‘안전과 신뢰의 학교문화’가 형성됐다고 확신이 들면, 교사가 스스로 수업을 개방해 동료와 토론하고 함께 성찰하는 풍토를 일굴 것이다. 이는 교사 개인의 성장과 보람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교사간 수업 개방과 협력이 일상화되면 시대가 요구하는 학습자 중심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대로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글·사진 조동영 기자 dycho197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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