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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개념 쏙쏙 /

수학과 다른 교과들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 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 지를 잘 알게 된다. 이를 통해 수학에 대한 흥미가 높아질 수도 있으며, 다른 교과를 통해 알게 된 개념을 수학시간에 배울 때보다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뿐만 아니라, 교사나 부모들이 수학을 지도할 때 풍부한 참고자료가 된다. 이번 주에는 3학년 수학에서 배우는 주요 개념들이 다른 교과에서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 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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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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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그림1)은 3학년 1학기 도덕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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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분모’, ‘분자’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이 단원을 배울 때쯤 수학시간에 배우고 있는 분수 단원에서는 아직 이런 용어를 배우지 않는다. 당시에 수학 시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배우는 중이다.

 4. 화목한 우리 집
4. 화목한 우리 집

막상 수학 시간에 ‘분모’, ‘분자’라는 용어를 배우는 때는 4학년 1학기 끝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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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모와 분자라는 용어를 배운 뒤, ‘분모가 같은 분수의 계산’에 대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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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3-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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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모두 4학년 과정이다. 하지만 위에서 예를 든 3학년 도덕 교과서에는 이미 분모, 분자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아직 배우지 않은 내용이므로 형이 동생에게 설명한 계산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다가 막상 4학년이 되어 분수 용어와 분수 계산법을 배우게 될 때는, 전에 다른 교과에서 이미 다루었던 것이다 보니 별로 낯선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분수의 계산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교과가 수학이 아니라 도덕이라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참고로 4학년 때 분모가 같은 분수끼리의 계산에 대해서만 배우는 이유는 아직 최소공배수에 대해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5학년 때는 분모가 다른 분수끼리의 계산에 대해서도 배운다.

2. 소수

수학에서 소수를 처음 배우는 것은 3학년 2학기다. 6단원이 ‘분수와 소수’인데 이 단원의 ‘소수의 이해’(80쪽)에서 처음으로 소수가 나온다.

 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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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초등학교 과정에서 소수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3학년 1학기 과학 교과에서다. 다음은 <실험 관찰> 교과서에 있는 온도계의 눈금을 읽는 문제다.

<수학 4-가
<수학 4-가

그림을 잘 보자. 4.8℃, 0.9℃를 가리키는 온도계도 있고, -7℃(수학에서는 음수를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다룸)를 가리키는 온도계도 있다. 4.8℃를 읽을 수 있으려면 4와 5 사이의 한 칸이 10개의 작은 눈금으로 나누어져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 4의 위쪽 방향으로 난 작은 눈금의 8번째 칸에 온도계의 빨간 액체의 끝이 있을 때는, 4와 5 사이에 점을 찍어 4.8이라 쓰고, ‘4 점 8’이라고 읽는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해서 어떤 학생이 온도계 눈금을 잘 읽었다고 하자. 소수를 읽을 수 있다고 해서 소수에 대해 완전히 이해했다고 볼 수 있을까? 어쩌면 그 학생은 점을 찍고 수를 읽는 것이 단지 ‘온도계 눈금 읽는 법’이라고만 생각할 뿐, 4.8과 0.9가 ‘소수’이며 소수는 수(數)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아직 소수는 물론 분수에 대해서도 정확히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학 시간에 소수를 수로서 배우기 시작하는 시기는 3학년 2학기 말이다. 과학시간에는 이보다 한 학기 앞서서 소수를 다루므로, 학생들은 ‘소수점’에 대해 처음 알게 되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수학 시간에 소수와 소수점의 의미를 보다 체계적으로 배우게 된다.

지금까지 알아본 것은, 도덕, 과학, 사회, 국어, 실과, 음악, 미술, 체육 등 여러 교과에 등장하는 수학 개념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도덕이나 과학시간에 다루는 개념들을 수학에서는 오히려 더 늦게 배우고 있음을 알았다. ‘순서가 바뀌었다. 수학에서 먼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교과에서 먼저 다룰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개념들이 우리의 일상 생활 곳곳에 존재하고 있어 수학보다 먼저 마주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수학 시간에 배우는 것은 일상 생활과 관계도 없고 쓸데없는 것이 아니며, 대부분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사용하고 있었던 것들이었다. 그 하나하나의 개념들을 체계적으로 익혀 적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목이 바로 수학교과다.

강미선/<행복한 수학 초등학교> 저자 upmm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