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개념 쏙쏙수학 / 학습 지도에 관한 5문 5답

문 1: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수학 학습과 관련해 미리 준비할 것은 무엇인가?

답:현재 유행하고 있는 취학 전 수학 학습 방법은 여러 가지다. 교과서를 미리 사서 풀게 하기도 하고, 수학 놀이를 하기도 하고, 교구를 사용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수학 동화를 읽게 하기도 하고, 계산 문제집을 풀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준비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학은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목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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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요리를 하면서도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미리 가르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면, 요리는 허울 뿐이라는 것을 아이도 느끼게 된다. “계산 문제를 초시계로 재어가며 풀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많은데, 그렇게까지 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잘못된 습관이 몸에 밸 수도 있다. 가장 정확한 수학은 학교에 가면 배운다. 아이가 학교에 가서 배울 수 있도록 아이와 학교에 맡기자.

학습 내용을 익히게 하는 것 자체에만 몰두하면 수학 지식은 많이 알면서도 생각하는 것은 싫어하는 아이가 될 수도 있다. 입학하는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수학에 대해 부담이 없는’ 마음가짐이다. 가장 길게 힘을 발휘하는 수학 학습 준비 방법이 ‘생각하기를 즐기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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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2:조금씩이라도 매일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 좋은 방법인가?

답:자진해서 수학 공부를 하는 아이라면 굳이 말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특히 중학생이라면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초등학생인 경우에는 수학 문제를 매일 풀면 수학을 지겨워하고 흥미를 잃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매일 시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가르치는 시간보다 잔소리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수학 공부가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해 초반부터 수학을 싫어하게 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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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학년 수학은 매일 해야 할 만큼 양이 많거나 어렵지도 않다. 가장 중요한 핵심 몇 가지만 알면 된다. 그러나 매일 매일 하게 되면 해야 할 양이 많아져서 계속 하다 보면 나중엔 현학적인 문제들까지 풀리게 된다. 아직은 입시 수학이 아니므로, 양을 늘이는 것 보다는 한번 할 때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문 3:아이가 특히 어떤 개념에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요즘 아이들 가운데는 문제를 풀고 답을 맞춰 보고는, 틀렸다 싶으면 “실수했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거 알겠니?”하고 물었을 때, “알아요”라고 대답을 해놓고는, 똑같은 문제를 또 틀리기도 한다.

아직 초등학생이라, 자기가 어떤 개념을 아는지 모르는지조차 잘 모르고, 또 자기는 분명 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착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에게 “아니? 모르니?”하고 말로 물어서 아이의 대답을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만약 비슷한 문제에서 거듭 실수를 하거나 같은 문제를 보며 머뭇거리고만 있다면, 그 개념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좋다. 완벽하게 안다면, 그렇게 자주 실수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실수했다고 하는 문제가 어떤 문제인지, 반복해서 틀리지는 않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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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4:아이의 수학 공부를 학원이나 과외에 맡기는 부모들도 많다. 사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답:맞벌이를 하고 있고 달리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사교육에 맡기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신뢰할만한 기관이나 교사를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그 뒤에도 담당 교사와 지속적으로 아이와 관련한 문제를 의논하는 것이 좋다.

맞벌이가 아니더라도 사교육의 힘을 빌어 수학을 지도하는 일이 많은데, 최근에는 점점 학년이 내려가고 있어서 7살만 돼도 학원을 찾아가는 추세다. 현재 초등 사교육 중 수학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수학 잘하는 아이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초보 수학 학습자들을 소홀히 다루게 된다. 12년의 교육과정을 생각하면 초등학생은 수학 초보자들이므로, 중등과정보다는 훨씬 더 자세하고 친절하게 지도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하지만 일일이 가르치기보다는 영재반, 심화반 등을 만들어 수학 잘하는 아이를 ‘선별’하는 데에만 열을 올린다면, 공교육을 따라가기 위해 선택한 사교육에서조차 아이들은 배울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식이라면 어디서고 학습은 없고 레벨 테스트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두번째 문제점은 선행 위주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몇 개 학년을 넘나들며 선행학습을 하는 시스템에서는 체계적인 교육을 주고 받기 힘들다. 많은 사교육 기관이 수학 경시반을 운영하고, 초등은 물론 중·고등과정까지 미리 가르친 다음에야 경시 수학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선행학습 중간에 지치거나 버거워서 그만두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로 인한 결손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초등과정이 아니라 고교과정이다. 고3에 이르러서야 군데 군데 빈 구멍이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그 때는 너무 늦다.

문 5:수학을 좋아하고 또 잘 할 수 있게 가르치는 방법은 무엇인가?

답: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지도 방식은 일단 문제를 많이 풀게 해, 아이들이 문제를 풀다보면 어느새 터득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사실 이런 방법은 진정으로 가르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풀다보면 알게 된다고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100문제를 연습해서 그 중 똑같이 나온 문제를 푸는 아이 보다는 미리 풀어보지 않았지만 실전에서 풀 수 있는 아이들이 더 경쟁력이 있다.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하는 학습방법을 개발해야 할 때다.

강미선/ ‘행복한 수학 초등학교’ 저자

그동안 최수일 교사의 ‘논리로 배우는 수학’과 번갈아 실렸던 ‘수학개념 쏙쏙’을 앞으로는 매주 싣습니다. 한 주는 지금까지처럼 수학 개념을 설명하는 글이, 다른 주는 집에서 자녀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방법을 다룬 글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