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 부담 줄이는 생체 재료 획득 방식물론 실제 가구를 만들 수 있는 목재를 배양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벌목 산업의 환경 영향을 덜어주는 새로운 생체 재료 획득 방식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큰 기술로 기대된다. 숲을 파헤치는 임업은 농업보다 환경에 훨씬 더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루이스 페르난도 벨라스케스-가르시아 교수는 “수백년간 이어져 온 비효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논문 제1저자 애슐리 베크위드(Ashley Beckwith) 박사과정 연구원은 얼마 전 농장에 머무르고 있을 때 이번 연구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자원 투입량 대비 수확량을 더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방법이 있다면 경작지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농장에서 이런 화두를 얻은 그는 궁리 끝에 나무와 같은 성질의 식물 조직을 실험실에서 직접 배양해 보기로 했다. 그가 첫 실험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백일초였다.

3D 프린팅처럼 다양한 형태 가구 가능그와 동료 연구진은 백일초 잎에서 살아있는 세포를 추출한 뒤, 이를 배양액에 넣어 증식시켰다. 그런 다음 세포를 옥신과 사이토키닌이라는 두 가지 식물 성장 호르몬과 혼합했다. 연구진은 호르몬 농도를 바꿔가면서 세포가 리그닌을 생산하는 양을 살펴봤다. 리그닌은 나무를 단단하게 해주는 고분자 화합물이다. 그 결과 이 과정을 조절하면 나무와 비슷한 성질의 물질을 얻어낼 수 있음을 알아냈다.연구진은 이 배양목재 생산 과정을 3D 프린팅 기술의 확장판이라고 설명했다. 3D 프린팅과 마찬가지로 식물 세포들이 배지(배양액) 안에서 스스로 몸을 불려가기 때문이다. 배지 안의 겔이 세포가 특정 모양으로 자라게 해주는 지지대 역할을 한다.연구진은 이 기술을 잘 발전시켜 나가면 접착제나 못 등의 도구 없이도 다양한 형태의 가구를 `배양' 방식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급진적이고 우아한 새 패러다임”연구진은 호르몬 농도, 겔의 산도(pH) 조정을 통해 이 방식으로 어떤 성질의 물질을 얻을 수 있는지 더욱 상세하게 살펴볼 계획이다. 벨라스케스-가르시아 교수는 “이 분야는 정말 미지의 영역”이라며 “이번 연구 성과가 다른 식물 종에도 통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의 일원인 제프리 보렌스타인 교수(생물의학)도 이번 연구에 대해 “정말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급진적이고 우아한 새 패러다임”이라고 말했다.2013년 첫 선을 보인 배양육은 8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시제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갓 개념증명 단계를 통과한 배양목재가 갈 길은 더욱 멀 것이다. 하지만 상용화될 경우 목재 시장에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지난한 연구개발 과정에 도전할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이 연구 내용은 국제학술지 `더 깨끗한 생산 저널'(Journal of Cleaner Production) 3월호에 실렸다.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