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국운(國運)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지난번(11월27일) 원로회의가 제시했던 ‘4월 퇴진, 6월 대선’이라는 큰 틀의 시국수습 방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국회에서 탄핵안이 발의됐을 때(12월3일)부터 이미 헌법에 규정된 탄핵 절차로 들어갔다.
이제 모든 것을 헌법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 이렇게 된 원인을 지금 꼬치꼬치 되새겨서 얘길 해봐도 소용없다. 지금 민생을 비롯해 국정 전반이 위기다. 따라서 정부가 비상시국에 걸맞게 비상한 자세를 갖고 본연의 임무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이 수행해나가야 한다. 모두가 말을 아끼고 애국적인 정신을 발휘할 때다. 이럴 때일수록 중구난방으로 혼란을 가속·가중시키는 일을 삼가자. 그러기 위해 정치부터 자중자애해줬으면 좋겠다. 박근혜 대통령 즉시 퇴진을 주장하는 것 또한 중구난방이다.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나온 뒤 60일 안에 대선을 치르도록 한 헌법 절차대로 갈 수밖에 없다. 황교안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도 헌법에 따라서 인정하고 순리대로 가는 도리밖에 없다. 지금은 개헌을 말할 단계도 아니다.

세월호 참사를 포함해 각종 재해·재난과 구의역 청년 노동자의 사고, 강남역 살해 사건 등을 바라보며 국가권력의 민낯을 본 대한민국 국민들, 시민들은 법치국가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의 방법을 새로 실천하기 위해 광화문으로 나갔다. 모두가 본격적인 정치연구가가 되어 사태를 바라보며 해결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시민들의 모습을 계속 새롭게 보고 있다. 역시 대단한 학습이 진행 중이다.
탄핵은 우리 자신을 보게 하는 계기 또한 되었다. 앞으로 갈 길은 멀지만 그 길은 가슴 설레게 한다. 산 넘어 산임도 알고 있다. 너무 성급하게 자축할 일도 아니다. 그 순간과 배움을 나누고 의논하는 동료들만 있으면 된다. 서로를 지지하고 타자를 포용하는 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나를 타락시키지 않을 경험과 기억을 가진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시민들은 국회의원의 존재와 검찰의 존재를 지켜보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존재에 대해서도 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견지해왔던 속단하는 태도를 바꿔나가면서 지혜롭게 소통하고 협력하며 일을 풀어나가는 것, 여유있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우리가 주인인 드라마이니까. 촛불을 든 시민들은 새로운 사회를 발명하려고 한다.
■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재는 조기 결정을, 국회는 개혁입법을”

시민들은 지난 6주 동안 정치적 탄핵을 이미 했다. 오늘 비로소 법적 탄핵이 시작된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난 게 아니다.
‘헌재에게 모든 걸 맡겨두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틀린 얘기다. 헌재 결정의 시기, 결정의 내용 등은 지금까지 거리에서 탄핵을 추동했던 국민들의 생각과 행동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국회에 대해서 한 것처럼 헌재도 촛불시위 대상이 될 수 있다. 헌재를 향해 결정을 빨리 앞당기고,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압박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탄핵 가결표가 230표를 넘긴 것을 헌재는 엄중한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헌재가 탄핵심판 기일인 180일을 다 채우는 것은 옳지 않다. 국정공백과 혼란을 빨리 종식시키는 것이 헌재의 임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난 6주간 광장에서 나온 외침은 박근혜·최순실 개인의 제거로 국한되는 게 아니었다. ‘재벌도 공범이다’, ‘검찰도 개혁하라’처럼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는 내용들도 많았다. 국회가 이제 탄핵을 해놓았다고 해서 헌재에 다 맡기고 가만있으면 안 된다. 민심이 열망하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검찰개혁 등의 과제들을 충실하게 입법으로 보완하고 반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 박명림 연세대 교수 “적폐청산특별위 만들어 개혁 시작”

이번 탄핵은 다른 나라의 사례들과 큰 차이가 있다. 기존엔 ‘정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탄핵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엔 촛불광장과 압도적인 여론조사 결과로 국민들이 탄핵을 한 것이다. 오늘의 의회 탄핵은 국민 의사를 추인하는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헌재의 사법 탄핵이 남아 있다. 국민들과 의회에서 두번이나 탄핵을 당했는데 이를 사법 탄핵으로 뒤집는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상도 할 수 없다.
이제 앞으로 할 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문제 삼는 과정에서 제기된 한국 사회의 중요한 개혁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적폐 청산을 위해 국회 내에 시민들과 함께 ‘적폐청산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비정상적인 국정운영의 잔재들을 바로잡고, ‘개혁위원회’를 만들어 개혁의 요목과 절차를 정해 실천해나가야 한다. 4월혁명, 6월항쟁처럼 여야 정치권이 혁명의 결과물을 독점하는 게 아니라,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의회와 개혁 작업에 대등하게 참여하는 ‘공동거버넌스’ 구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
또한 국정교과서,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 체결, 12·28 일본군 ‘위안부’ 합의 등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 의사에 반해 진행됐던 정책들을 되돌려 정상화시켜야 한다. 이제야 드러나기 시작하는 세월호 진상규명 작업도 당연히 철저히 해나가야 한다.
■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 “4년간 멈춘 시, 이제 다시 쓰겠다”

자랑스러운 국민이 무능과 무지의 박근혜를 이겼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새롭고 신비로운 불꽃을 쏘아 올린 것이다. 눈물이 날 정도로 환한 불꽃이다. 우리 국민들은 나라의 운명과 미래를 우리가 손에 움켜쥐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동안 보수를 자처해온 새누리당과 기득권 세력들은 당장 몰골이 초췌해져서 앞으로 지리멸렬한 행보를 보일 것이다. 그들은 반성할 줄 몰랐기 때문에 파탄의 지경에 이르렀다.
박근혜 탄핵을 넘어 이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꿈을 꿔야 한다. 정직하고 공정한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 갑이 을을 짓누르지 않는 정의로운 나라, 반목과 불신을 화해와 평화로 바꾸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각자 신발 끈을 고쳐 맬 때다. 이마에 닿는 찬바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나는 그동안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쓰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4년 동안 시를 한 줄도 메모하지 못했다. 시가 없는 시절이었다. 이제 내려놓았던 펜을 다시 들고 시를 쓰고 또 쓸 것이다. 원고청탁서가 오면 나는 마구 심장이 두근거릴 것 같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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