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아산 재선거 후보
심대평 측근 이영수 저울질
자민련 출신 논란 재논의키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중부권 신당’이 열린우리당의 4·30 재·보궐 선거 공천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21일 밤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충남 아산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로 이명수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와 임좌순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을 놓고 저울질을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5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 전 부지사를 지지하는 쪽은 “초반에 중부권 신당의 싹을 잘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태홍 공천심사위원장과 고광성 전 충남도당위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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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 전 부지사가 중부권 신당을 추진하려는 심대평 충남지사의 오른팔인데다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이므로, 그를 끌어들여 중부권 신당의 이륙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태홍 의원은 “바둑으로 치면, 초반 포석 한두 점이 중원에 대한 지배권을 결정짓는다”며 “신행정수도 등으로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해온 고광성 전 위원장은 “‘핫바지론’ 하나로 자민련이 20년을 버텼다”며 “어떻게 고사시킨 자민련인데, 또다시 제2의 자민련이 탄생하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다는 게 지역 시민운동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여론조사 결과 이 전 부지사의 지지율이 임 전 총장보다 20%포인트 가량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부지사가 공주·연기의 정진석 전 자민련 의원과 함께 신당의 기치를 걸고 출마해 바람을 일으키면, 충청권의 두 지역을 모두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신당이 몸집을 불리면서, 내년 지방선거와 이후 대통령선거 때까지 두고두고 ‘후환’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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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임 전 총장을 지원하는 쪽은 당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임채정 의장과 김한길 의원, 그리고 아산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물러난 복기왕 전 의원 등이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

복 전 의원은 “이제 막 충청권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이 자리를 잡아가는 마당에 자민련 출신이라는 옛 기득권 세력을 열린우리당의 간판으로 내세우는 것은 중부권 신당의 ‘협박’에 무릎을 꿇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이 전 부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고 고집을 피운 것이 탄핵 사태를 초래했다’며 탄핵을 사실상 지지했던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이 전 부지사와 임 전 총장의 지명도 차이를 들어, 여론조사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한편, 중부권 신당 추진에 관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가 열린우리당의 공천을 받을 경우, 심대평 지사를 배신한 인물로 낙인찍히게 된다”며 “오히려 자민련과 중부권 신당의 공조를 강화시켜 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의겸 황준범 기자 kyu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