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수용 북한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이 31일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했다. 사진은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리수용의 모습. 베이징/교도통신 연합뉴스
리수용 북한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이 31일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했다. 사진은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리수용의 모습. 베이징/교도통신 연합뉴스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무국 부위원장이 31일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고위 인사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평양발 고려항공기를 타고 오전 9시50분께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했다. 귀빈실을 거쳐 30분 만에 공항을 빠져나온 리 부위원장 일행은 미리 준비된 의전 차량 10여대와 미니버스 등에 나눠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대표단 차량은 중국 쪽 무장경찰 등의 호위를 받으며 국빈 숙소인 댜오위타이(조어대)로 향했다.

사흘 일정으로 방중한 리 부위원장은 이날 곧장 쑹타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북한의 7차 노동당대회 결과와 북-중 관계를 논의했다. 이날 저녁 누리집(홈페이지)에 두 사람의 면담 사실과 사진을 공개한 대외연락부는, “조선(북한) 쪽은 노동당 7차당대회 상황을 통보했다”며 ‘전통적 우의’, ‘양당 교류협력’, ‘중-조(북) 관계 발전’, ‘지역 평화 안정을 위한 노력’ 등을 언급하면서 “양쪽은 기타 공동 관심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당 대 당’ 교류를 중시하는 북-중 간에는 중요 정치 행사 뒤 상대 쪽에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대표단을 보내는 관행이 정착돼 있는 만큼, 7차당대회에 대한 ‘설명’이 이번 방중의 주 목적이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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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부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 인사를 면담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된 2012년 4월 제4차 노동당대표자회의 직후에도 김영일 당비서가 방중해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을 면담한 바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 뒤 기자들이 시 주석과의 면담 가능성을 묻자 사견을 전제로, “리 부위원장이 고위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만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리 부위원장은 지난 2년여 외무상을 지낸 뒤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정무국 부위원장이 됐으며, 국제 담당 비서 역할도 겸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리 부위원장의 방중은 하루 전인 30일 북-중이 ‘농구 외교’를 과시한 것과도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0일 김 위원장과 ‘중국통’으로 꼽히는 최룡해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북한) 소백수 남자농구팀과 중국 올림픽 남자농구팀 간의 친선경기를 관람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두터운 친선’을 언급했다. <신화통신>은 이 소식을 전하며 김 위원장을 ‘조선 최고지도자’로 호칭했다. 이번 농구 경기가 1970년대 중-미 간 ‘핑퐁 외교’처럼 관계 강화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쪽이 김 위원장의 관심사에 맞춰 농구를 제안해 성사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2013년 3월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맨 등을 평양으로 초대할 만큼 농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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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북한 모란봉악단의 중국 베이징 공연이 막판에 무산되면서 북-중 관계는 급랭했고, 중국은 지난 1월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조처에 동참한다고 공개 선언한 상태다. 베이징 한 소식통은 “북한이 북핵 6자회담 복귀 등과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전향적 태도를 보인다면 몰라도, 그런 게 전혀 없다면 국제사회에 약속을 해놓은 중국으로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김진철 이제훈 기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