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지난 25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MOU, 엠오유) 체결을 검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엠오유 체결은 한-미-일 3자의 틀에도 불구하고 한-일간 군사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향후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은 2012년에도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했으나 국내 여론 악화로 서명 직전 취소한 바 있다.

국방부는 3국간 엠오유 검토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속 조처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미 정상은 25일 회담에서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남북간 군사적 대치가 갈수록 첨예화하면서 한-미-일 3국간 정보교류의 필요성을 느껴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에서 “한-미-일 3국간 정보 공유는 필요하다. 3국간 엠오유 검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방부는 엠오유 적용 대상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정보로 한정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행 주체와 관련해서도 국가간 협정이 아닌 해당 기관(국방부) 사이의 약정으로 상정하고 있다. 2012년 추진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광범위한 군사정보 전반을 대상으로 두 나라 정부 전체를 규율하던 것과 견주면, 무게나 의미가 훨씬 떨어진다. 국방부 관계자는 “앞으로 외교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검토할 사안으로 당장 구체적인 시간표나 계획을 갖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본과의 문제인 만큼 여건이 갖춰져야 추진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추진하게 되면 반드시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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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엠오유 추진은 일본과의 군사협력 확대에 비판적인 여론을 우회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을 끼워넣어 한-일간 직거래의 냄새를 희석하고 적용 대상의 범위를 축소해 여론의 반발을 줄이려는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것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빌미로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대책없이 끌려들어가는 꼴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되는 수순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따로 구축할 뜻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사이의 ‘상호 운용성’을 확보할 계획임도 밝히고 있어, 결국 두 나라 미사일방어체계가 연동돼 운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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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 21’ 편집장은 “미사일방어 운용을 위해서는 관련국간 원활한 정보교류가 불가피하고 관련된 첨단 군사기술을 보호하기 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며 “일본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간 약정은 필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자는 “‘상호 운용성’은 북의 도발에 공동대처하기 위한 연합작전 차원에서 고려하는 것이지 미사일방어체계를 공동 구축한다는 게 아니다”며 엠오유와 미사일방어체계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