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이 11일 오후 서울 도렴동 통일부에서 금강산에서 총격을 받아 관광객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김종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이 11일 오후 서울 도렴동 통일부에서 금강산에서 총격을 받아 관광객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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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남북관계 파장

금강산 관광객의 총격사망 사건은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가운데 터진 악재임이 분명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남북간 협의는 11일 오후 현재까지 철저히 북한 현지 군당국 또는 명승지관광총국과, 남쪽 관광사업자인 현대아산 사이에 이뤄지고 있다. 남북 당국간 대화가 막혀 있어 당국이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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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가 대책반을 꾸리고 진상조사에 나서면서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고, 북쪽 당국도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쪽 경비병에 의한 총격 사건인데다, 국가가 그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하는 남쪽 국민의 안위에 관한 사항이어서 당국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이런 점에서 남북 당국은 어떤 형식이든 협의 채널을 열 수밖에 없다. 대화 재개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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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정부는 ‘선진상파악 후대응조처’라는 원칙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단 금강산 관광은 잠정 중단하되, 개성 관광은 그대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 전반에 영향을 끼칠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표시이다. 정부는 민간인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했지만, 총격을 당한 지점이 북쪽 경계지역이라는 점에서 북쪽의 책임을 묻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설사 북쪽의 미숙한 대응이 드러난다 할지라도 북쪽 당국의 지시나 정책적 판단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돌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란 정황이 많다.

남북이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북쪽의 과잉 대응이 드러난다면, 남북관계는 나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또 북쪽이 진상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인지도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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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남쪽의 국민 정서는 피해자가 50대 여성이고 사건이 발생한 시간대라면 단순 관광객임을 충분히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총격을 가할 수 있느냐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북쪽이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 등 수긍할 만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국민 정서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이와 관계없이,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금강산 관광에 대한 열기는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군사경계지역에 면해 있는 금강산 관광지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새삼 보여줬다. 그에 견줘 관광지구 밖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한 남북당국의 안전 조처는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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