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에 대해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박근혜 정부가 2년 전 일본 정부와 맺은 합의를 문재인 정부는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과 같다. 두 나라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재합의나 수정·보완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12·28 합의’는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효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일 관계는 당분간 냉각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전 정부에서 이뤄진 합의를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12·28 합의’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 문제에 접근하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에 위배되며, 국민들을 속이고 우리 정부에 부담이 되는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바로 ‘12·28’ 합의 파기나 재협상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정부가 1월 중 발표할 후속조치에 관해 “피해자 중심 해결과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라는 원칙”을 견지하라는 당부에 그쳤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입장 발표 직후 “중대한 문제이고 국민적 관심사여서 우리 정부가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는 것과 별도로 대통령이 이 문제를 바라보는 소회를 밝힌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발언이 이전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양국 간 미래의 중요성도 강조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견지해온) 한-일 관계에서 취해온 투트랙 입장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간 과거사는 과거사 문제대로, 경제 교류를 포함한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위한 외교는 외교대로 진행한다는 얘기다.

한-일 관계 전문가들도 문 대통령의 발언이 이전 정부의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을 시사한 것은 아니라고 풀이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대통령 발언의) 톤(어조) 자체가 강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재협상을 하겠다, (합의를) 폐기하겠다는 취지라고 단정짓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조세영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소장은 “(대통령이)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을 언급한 것 자체가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라며 “(합의의 흠결을 확인했으니) 논리적으로는 파기하는 게 맞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을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하면서 느끼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2·28 합의’의 존재는 유지하되, 화해치유재단의 성격이나 규모를 달리하거나 일본 정부가 지급한 10억엔을 반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12·28 합의’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방안이다.
문 대통령 식 ‘출구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이 강조했듯 ‘국민들이 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에서 진전을 보기 위해서는 문제 해결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티에프(TF)를 통해 12·28 합의의 진상을 파악하고 국민들 앞에 문제점을 공개한 뒤 한-일 관계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방식의 구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문 대통령이 1월 중으로 예견된 새해기자회견에 맞춰 후속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자, 우선 피해자 및 관련 단체들과의 면담 일정 조율에 들어갔다. 외교부는 12·28 합의와 후속 조처로 설치된 화해치유재단과 일본이 보내온 10억엔 등에 대한 의견을 물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피해자 중심 해결과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라는 원칙 아래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진정성 있고 실질적인 후속조치를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보협 김지은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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