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조경제 2068회, 신뢰받는 정부 1213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447회, 맞춤형 고용복지 365회, 민생경제 362회….
대통령의 말을 분석하면 ‘박근혜 정부 100일’이 보인다. <한겨레>가 3일 박 대통령이 취임식 이후 지난 100일 동안 쏟아낸 27만여자에 이르는 연설문, 축사, 담화, 각종 회의 지시사항을 분석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00일 동안 내놓은 이른바 ‘깨알지시’가 새 정부의 4대 국정기조(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평화통일 기반구축)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14대 추진전략 가운데 특별히 어느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느냐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분석 결과, 박 대통령은 지난 100일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창조경제’를 설명하는 데 가장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나타났다. ‘창조경제’는 현 정부의 4대 국정기조 가운데 첫째 항목인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한 추진전략의 하나로 제시된 항목이다. ‘창조경제’와 관련된 단어로는 ‘창조경제, 일자리, 과학기술, 창의, 아이티(IT)’ 등 88개를 분석했는데, 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된 단어를 모두 2068차례 언급했다. 창조경제 관련 발언은 14대 추진전략에 대한 언급 가운데 무려 32%를 차지했다. 개념이 모호하다는 논란이 거듭된 탓도 있지만, 박 대통령은 끊임없이 다양한 용어를 동원하며 창조경제를 독려한 셈이다.
반면,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경제부흥 국정기조의 또다른 추진 전략으로 제시했던 ‘경제민주화’ 관련 언급은 창조경제에 견줘 10분의 1이 안 되는 206차례에 그쳤다. 경제민주화 관련 분야엔 ‘경제민주화, 상생, 지하경제, 소상공, 납품, 골목상권, 공생발전, 동반성장’ 등 단어(36개)를 포함해 분석했다. 단순히 ‘창조경제’(172)와 ‘경제민주화’(41)라는 두 단어의 사용 빈도만 비교해도 4배 이상 차이가 난 셈이다.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 다음으로 강조한 추진전략은 ‘신뢰받는 정부’(1213. 정부, 공개, 공공, 공무원, 공직기강, 반부패, 법질서, 법치 등 30개 단어)였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정부에 주는 신뢰가 곧 최고의 소통”이라고 할 정도로 정부의 신뢰를 강조해왔다.
세번째로 무게를 둔 추진전략은 평화통일이라는 국정기조 실현을 위한 전략으로 제시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디엠제트, 개성공단, 남북, 북한, 분단국가, 비무장, 비핵화, 신뢰 프로세스, 통일, 평화 등 14개 단어)였다. 하지만 ‘창조경제’나 ‘신뢰받는 정부’ 등에 비해 빈도가 많지 않았다. 개성공단 폐쇄 등 남북관계가 악화된 탓인지 447차례 언급하는 데 그쳤다.
문화융성 분야는 4대 국정기조나 14개 추진전략 중에서도 가장 소외받는 분야였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취임사 등에서 문화융성을 강조하며 4대 국정기조에 이를 포함시켰지만, 정작 구체적인 추진전략으로 제시한 문화참여 확대, 문화·예술 진흥, 문화·산업 융화 등 세 가지와 관련된 언급은 14개 추진전략 중에서도 맨 끝 세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홀대받았다.
한편, 국정기조나 추진전략과 상관없이 전체 단어의 빈도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이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은 ‘국민’으로, 모두 825차례였다.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바꾸고, 국민행복을 그 중심에 두겠다”고 여러 차례 말해온 탓으로 보인다. 정부(593회), 창조경제(172회)가 뒤를 이어 2, 3위를 차지했다.
박 대통령이 평소 ‘총애’하는 단어들도 빈도수 상위를 기록했다. 특히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며 행정의 피드백과 실질적인 도움을 강조한 탓인지, ‘현장’은 모두 167차례나 언급돼 4위를 차지했다. ‘기업’(158), ‘일자리’(152), ‘투자’(145), ‘중소기업’(124) 등 경제 관련 단어가 많이 쓰였고, 박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온 ‘행복’(138)과 ‘신뢰’(114)도 많이 쓴 단어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소통’은 19차례밖에 쓰이지 않았다.
분석엔 한국어 내용분석 프로그램인 박한우 영남대 교수의 케이아르케이윅(KrKwic)을 사용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1만8573개의 단어를 1차로 추출한 뒤, 조사와 어미를 분리하는 등 유의미한 명사만 뽑아내는 정제작업을 통해 407개 단어를 선정했다. 그 뒤 이를 4대 국정기조와 14대 추진전략, 기타 정치적 상징성이 높은 단어 등의 범주로 나눠 묶어 분석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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