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7일 `3.1절 골프파문' 당사자인 이해찬(李海瓚) 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한 균형잡기에 나섰다.
이 총리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실상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인사권자인 노무현(盧武鉉)이 결정을 유보하고 아프리카 순방길에 올라 이 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길에 오른 6일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후임 총리'가 거론되는 등 이 총리의 사퇴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총리의 거듭된 사과와는 관계없이 한나라당의 집중 포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언론을 통한 이 총리 골프모임의 의혹제기가 이어지고 있어 여론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다급하게 움직였다. 청와대 이병완(李炳浣) 비서실장은 이날 신문사 정치부장들을, 이백만(李百萬) 홍보수석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만나 `부정적 흐름'의 맥을 끊는데 주력했다.
일단 이 총리 골프모임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한 뒤 총리를 교체할 만한 사안인지 냉정히 따져보자는 것이다.
각종 의혹에 따라 `총리 교체'쪽으로 기울어진 여론의 방향타를 `중립'으로 돌려놓음으로써 노 대통령이 귀국 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 움직임에 부정적 입장을 잇따라 내놓았다. 언뜻 `이 총리가 교체돼서는 안된다'는 당위성을 설득하려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이병완 실장은 "이 총리를 통해 분권형 국정운영이 안정된 시스템으로 정착되고 있다"며 총리 교체시 국정운영의 틀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 실장은 또한 "당에서는 선거를 고려할 수밖에 없겠지만 대통령께서는 국정운영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백만 홍보수석 역시 이 총리를 `일 잘하는 총리'로 평가하고, "이 총리가 사퇴할 경우 장.단기 과제 등 정책에 관한 국가틀이 흔들리게 된다"며 `이 총리가 사퇴해서는 안된다'는 소신을 밝혔다.
또한 골프모임 참석자로 총리비서실장 출신인 이기우(李基雨) 교육차관도 이날 오후 `사실관계'에 관한 해명에 나섰다.
동시에 청와대는 이번 골프파문에 따른 현상황을 `난감함'으로 정리했다. 해외에 나가있는 노 대통령 역시 여론 못지 않게 이번 파문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있다는점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밝힌 `난감함'은 이 총리 거취를 결정함에 있어 고려돼야 할 사항이 서로 충돌함을 의미한다. 가령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을 따르자니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테고, 총리를 유임시키자니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여당의 지지도가 걱정되는 `진퇴양난'의 형국인 셈이다.
따라서 청와대는 이번 파문의 사실관계를 비롯해 분권형 국정운영, 국민정서, 환경부장관 후속 인사를 비롯한 개각, 5.31 지방선거 등 노 대통령의 `복잡한 고려 대상'을 소개하는 것으로 `난감함'을 설명했다.
한편 청와대는 골프파문과 관련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격노했다', `후임 총리 이의근 경북도지사' 등 일부 언론 기사에 대해 이백만 홍보수석은 "100% 작문"이라며 "어떻게 이런 기사가 나오고 주요 기사로 취급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한 최인호(崔仁昊) 청와대 부대변인은 일부 언론의 `대통령이 풀어 놓은 공직사회 골프 기강' 제하 보도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채 참여정부 출범 이후 공직자의 평일골프, 접대골프가 확산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정상적인 보도수준을 넘어선 명예훼손"이라며 "근래 보기 드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악의적 기사"라고 비난했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