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의 ‘5월 임시국회’ 요구에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단독국회라도 소집하겠다’며 이 대통령을 거들고 나선 반면, 통합민주당은 ‘재벌 규제 완화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 등 중차대한 사안을 졸속으로 처리하자는 거냐’며 반발했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13일 “아직 처리하지 못한 30여개 민생 법안을 5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17대 국회가 끝나면 관련 법안들이 폐기된다는 점에서 적절한 지적”이라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임시국회 소집에 동의하지 않으면 단독으로라도 소집요구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공세적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민생 법안 처리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이를 명분으로 5월 국회를 연 뒤, 친재벌 정책과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을 밀어붙이려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재성 원내 대변인은 이날 “에프티에이 문제는 대선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미국 상황을 보아 가면서 하자는 똑같은 생각이었다”며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 ‘빨리 하자’며 한나라당의 태도가 돌변했다. 부시 대통령과의 통화 때문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협조하는 야당’을 강조해 온 손학규 대표는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에 국회 소집을 압박하는 ‘형식’을 문제 삼았다. 이날 전북 완주군 조류 인플루엔자 검역소를 찾은 손 대표는 “5월 임시국회는 17대 국회이고, 17대 국회의 1당은 통합민주당이다. 민주당과 사전 협의도 없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었으니까 ‘우리 말 들어라’라는 일방적인 압박은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다른 야당들도 부정적이다. 박상돈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는 “기본적으로 국회를 열어 일하겠다는데 반대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관례에 없는 임시국회를, 각당 의견도 모으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한나라당만 일한다’는 이미지를 과시하려는 언론 플레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강형구 민주노동당 수석 부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에프티에이 비준과 기업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5월 국회를 요구했다. 90% 서민이 아닌 10% 재벌만을 위한 5월 임시국회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석수 창조한국당 대변인도 “이 대통령이 말하는 의제들은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한 문제들이다. 최근 민의가 반영된 18대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한나라당 복당을 추진하고 있는 친박연대는 5월 임시국회 문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김태규 성연철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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