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 31일 오후 2시께 서울 진관외동 은평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았다. “여기 신문 구독대가 요즘 아침마다 정치 토론장이지. 편드는 걸 보면 분위기가 ‘5 대 5’야. 어떨 때는 ‘6 대 4’로 문국현이가 앞선다니까.” 보수성향의 신문을 읽고 있던 한 할아버지(68)는 “나도 그동안 이재오를 찍었지만, 이번에는 고민”이라고 속내를 언뜻 내비쳤다.
노인층엔 보통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다지만, ‘은평을’ 선거구는 분위기가 달랐다. 한나라당 실세이며 3선 중진 의원이고, 은평구에서 40년을 산 터줏대감인 이재오 후보가 뜻밖에 고전하고 있었다. 이 후보는 지난 26~27일 ‘YTN-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44.5%)에게 15%포인트 뒤졌다. 다른 여론조사들도 비슷하다. 기자는 그 배경을 취재해 들어갔다.
발목을 잡은 핵심 사안은 ‘대운하’다. 이 후보는 한때 ‘대운하 전도사’를 자청했다. 그러다 여론이 반전하면서 ‘대운하 저지운동’의 상징적 표적이 됐다. 요즘 이 후보는 “정부와 국민에 위임했다”며 언급을 꺼린다. 문 후보는 ‘대운하 저지 야당 연대’를 이끌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친이-친박’ 갈등의 후폭풍도 크다. 은평노인복지관에서 만난 한 할머니(69)는 “저번 (17대) 총선 때 이 후보가 박근혜씨의 막판 지원 유세 덕에 (탄핵 정국임에도) 간신히 당선됐음을 다 아는데 그 뒤 박근혜를 배신했다며 싫어하는 할머니들이 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공천 당시 밀려난 박근혜 계파 후보들은 이 후보를 ‘배후’로 지목했다.
지역여론에 밝다는 은평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이 이 후보를 12년간 밀어줬는데도 지역은 여전히 낙후했다는 여론도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비교적 참신한 인물이 등장하니까 바람을 타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선 의원들이 종종 부닥치는 ‘인물 피로도’ 이야기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할 것같다. 이 후보의 김해진 언론특보는 “문 후보는 3등을 달리고 있는 송미화 후보보다 조직력이 떨어진다”면서 “이미 많이 따라잡았고, 곧 문 후보의 바람을 잠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국현 후보 쪽 김동규 대변인도 “갈수록 표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면서 “이 후보의 탄탄한 조직력 때문에 막판까지 안심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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