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넘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지하 주차장이 없어 주차난이 심각하다며 두 달 전부터 몇몇 주민들과 관리실에서 지상 주차장 시설 확충과 관련한 설문을 받더니 결국 지금 아이들이 뛰어놀던 놀이터를 주차장으로 바꾸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공간 부족 때문에 주차장을 늘릴 수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인 놀이터를 주차장으로 바꾸는 것은 어른들의 편의를 위한 일로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집안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텔레비전 시청을 하는 아이들을 놀이터에서 많이 뛰어놀 수 있도록 놀이터 개선 공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그나마 있던 놀이터마저도 사라졌다.
학원으로 과외로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바빠 놀이터에서 놀 시간이 없을지 모르지만, 주차장에 밀려나는 옛 놀이터 앞을 지나갈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아파트 안에서 사라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내내 그리울 것 같다.
서희진/서울 강동구 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