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있었다. 그 프리즘을 통해 나는 그 당의 잘못된 스펙트럼 현상을 보며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펙트럼 1, 안상수 의원의 그간 우리가 몰랐던 병력. 당 대표 경선 상대자인 홍준표 의원의 까발림이 없었다면 전혀 알 수 없었던 병력사항을 보며 20년간의 그에 대한 신뢰는 밑으로부터 무너졌다.
지난 ‘천안함 피격사건’ 당시 청와대 안보 벙커에 모였던 인사들의 면면과 오버랩되며 침통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안 의원은 결백할 수도 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 수도 있다. 인생역정이란 자기 뜻과는 다르게 달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국정을 이끄는 리더라면 의미가 다르다. 누가 봐도 그는 4선의 국회의원, 당 대표를 넘어 대권을 꿈꾸는 자이기에 더욱 그렇다.
#스펙트럼 2, 정두언 의원의 영포게이트 눈물 젖음. 개혁 쇄신을 주장했던 정두언 의원의 눈물은 같은 경선 주자의 잘못된 병력에 대해 방성대곡하여야 하는 것이 더욱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보수당의 가치인 국방의 신성성과 본인의 군 만기제대의 영광을 위해서라도 홍 의원의 문제제기에 맞추어 통곡했어야 했다.
#스팩트럼 3, 안상수 의원 집권당 대표 선출. 12년간의 징병 연기 속에서 결국 고령(?)으로 국방의 의무가 해제된 안 의원의 인간 승리 스토리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와 관계된 모든 것, 한나라당, 지역구민, 나아가 국민에게는 가엾고 슬픈 일이다.
인간은 생태적으로 다양성을 즐기기에 인간사를 경영하는 데는 여러 가지 원리 원칙이 적용된다. 그중 대표적 가치가 보수와 진보다. 나는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16세기 잉글랜드가 가톨릭과 대치하며 국내외적으로 시련에 빠졌을 때,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중용(Via Media)을 기치로 시련을 극복하였고 나아가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를 이루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누가 봐도 패했다. 보수는 전체 유효투표수에서는 앞섰다고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누워서 침 뱉기에 다름 아니다.
보수가 매우 신성시하는 국방에 근본이 되는 국민의 병역의무를 이중 잣대로 바라본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던 금번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의 잘못된 선택이 다음 선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집권당으로서 나라 발전을 위하여 본분을 다할 것이라고 믿기에 전당대회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보인 그 스펙트럼이 진정한 것이 아니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김창성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