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는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보험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하지만 기득권을 가진 대형 생명보험회사들의 반대와 일부의 오해로 인해 법 개정 작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보험판매전문회사는 보험 등의 금융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조직이다. 보험사가 보험상품을 만들어 자사의 상품만을 판매하는 반면, 보험판매전문회사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모아서 비교·판매하는 구실을 맡는다. 따라서 보험판매전문회사가 활성화되면, 소비자가 다양한 보험상품을 비교해본 뒤 더 나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고, 나아가 개인별 보험료 차등화, 다양한 맞춤형 보험상품 가입 등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있다. 이미 보험선진국에서는 보험판매전문회사를 통한 보험판매가 일반화돼 있고, 우리 정부도 국내 보험산업의 경쟁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2007년부터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 도입을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마련해 왔다.
물론 국내에도 보험상품을 전문적으로 비교·판매하는 대형 보험대리점(GA)이 100여개에 이르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 전체 매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15%가량으로 추정되고 관련 종사자도 10만명에 달하고 있다. 또 시간이 갈수록 대형 보험대리점이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들에 대한 법적, 제도적 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금융선진국 수준의 보험판매전문회사로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 법 개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불완전 판매가 많아져 소비자 피해가 가중되고, 대형 보험대리점이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해 보험사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들어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가 역설적으로 대형 보험대리점을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법 개정을 통해 일정 자격을 갖춘 대형 보험대리점을 보험판매전문회사로 만들면, 규제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던 대형 보험대리점의 일부 일탈행위를 막을 수 있고, 보험판매회사와 보험사가 상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가 도입되면, 경쟁력 없는 보험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일부 대형 생명보험회사들은 다양한 보험 상품을 비교·판매하는 판매전문회사에 자사의 상품을 공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실제 일부 대형 생명보험사는 기존 보유계약에 대한 이자부담이 과도해 다른 보험사에 견줘 소비자 중심의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본 적이 없어 이런 사실을 모른 채, 기존의 막강한 브랜드 인지도와 자체 영업망을 활용해 판매되는 보험사의 상품에 가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치호 한국금융자산관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