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은 왜 분노하지 않는가
발바닥은 왜 저항하지 않는가
지금 서 있는 자리 어디냐고
지금 어디를 향해 걷느냐고
왜 묻지 않는가

내 발바닥 네 발바닥
발바닥 빗길에 미끄러지고
자갈길에 피멍이 들어도
솔치고개 넘어 꾸둑살이 박혀도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왜, 소리치지 않는가
왜, 소리쳐 노래하지 않는가

여름날의 저 시멘트길은
훅훅 달아오른 저 아스팔트길은
맨발로 걷기에는
신발 신고 걷기에는
절대 사람 길 아니라고
오히려 저 황톳길이
간혹 물웅덩이에 빠져 질척거려도
저 흙먼지 길이
구불구불한 저 산길 저 4대강 길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발바닥 발바닥끼리
끝끝내 춤추며 달려가야 할 길이라고
왜, 말하지 않는가
왜, 소리쳐 말하지 않는가

네 발바닥 내 발바닥
발바닥은 왜 분노하지 않는가
발바닥은 왜 저항하지 않는가

김장일/농부, 강원 홍천군 내면 율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