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해상에서 남북한 함정이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1999년과 2002년의 남북한 간의 해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의 남북한 간 해상충돌로서 대청해전으로 명명되었다. 그 이후 북한은 이에 대한 보복 의사를 밝혀 서해상에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만일 또다시 남북한 간에 해상충돌이 일어난다면 그 이후의 결과는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필자는 1972년 5월25일 미국과 소련 간에 서명된 “공해상에서의 충돌 방지에 관한 미국 정부와 소련 정부 간의 협정”(해상충돌 방지협정으로 약칭함)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 협정은 동서 냉전의 시대였던 1960년대 후반에 미국 해군과 소련 해군 사이에 동해상에서 수차례 해상충돌이 발생하자, 1968년 3월 미국이 그러한 양국 간의 해상충돌을 방지하고 충돌 상황이 양국간의 전쟁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회담을 제안했다. 그 후 양국이 두 차례 회담 끝에 1972년 모스크바에서 위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특히 양국 해군의 해상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조처를 하고, 상호 근접한 거리에서 작전을 할 때는 국제적으로 승인된 신호를 사용하며, 상대방 선박 등에 대해 함포를 겨냥하는 등의 모의공격을 하지 않고, 항공기 지휘관에게 상대방의 군함과 항공기에 접근할 때는 최대한도의 주의와 신중을 기할 것, 항해와 상공 비행에 위험을 줄 만한 행동을 할 때에는 통상 3일에서 5일 전에 상대방에게 미리 통지를 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협정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도 유효하다. 다만, 그 후에 소련이 해체되었기 때문에 1998년에 미국과 러시아가 이 협정을 수정, 보완했다.
미국과 소련 간의 협정과 유사하게 해상충돌을 방지하고 또한 충돌할 때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가칭 “남북한 간의 해상충돌 방지 합의서”의 체결은 불가능한 것인가? 역사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미국과 소련의 사례는 우리가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의 하나가 아닐까? 우리 정부 당국이 현재 서해상의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남북한 간의 해상충돌 방지를 위한 회담을 제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영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