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새로 나온 ‘친서민 조삼모사 카드’가 다시 한번 많은 이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외고 폐지’라니, 참으로 대담하고 야심찬 카드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외고 폐지’를 주장해 왔던 진보 진영에서는 갑자기 등장한 이 파격적인 승부수에 적잖이 당황한 듯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기 페이스를 아예 놓쳐버리면 곤란하다. 지난 4일 <한겨레>에 실린 ‘특목고의 자율고 전환을 지지하자’라는 한신대 김종엽 교수의 칼럼은 상대방의 기세에 눌려 지레 자기 패를 놓아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외고가 이미 본래의 설립 취지와 자기 정체성을 잃고 ‘입시 명문고’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외고 출신 학생들이 전공에 상관없이 진학하는 비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상승하고 있으며 대학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입학전형에서부터 특목고 출신 학생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마련하고 사실상의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때문에 이로 인한 초·중등교육의 왜곡과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목고에 별도의 선발권을 두지 않고 본래의 목적에 맞게 정상화하거나 일반고로 전환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그간 진보진영이 주장해왔던 바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완전히 반대의 방향으로만 해결책을 제시해왔다. 자사고, 특목고 등에 입학하기 위해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뜻이고, 수요만큼 공급을 늘려주면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수월성 교육을 공교육 내부로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에서 제시된 것이 바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이다. 이제 국제고, 특목고, 자사고가 성행하는 가운데 일반계 고교들은 ‘자율형 사립고’라도 되기 위해 매달리고 있고, 여기에 기숙형 고교와 마이스터 고교, 특성화 고교까지 각종 형태의 고등학교들이 더해져 평범한 일반계 고등학교는 함부로 명함조차 내밀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 내부의 의견이 어떻게 달라지든 특목고를 자율고로 전환하자는 안은 결국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맥락 안에 있는 것이다. 다만 이제 특목고의 카르텔에 대응할 만한(또는 이를 대체할) 새로운 카르텔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특목고를 굳이 껴안고 있을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특목고가 자율고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크게 좋아질 상황이란 없다. 오히려 특목고를 완전히 일반고로 전환하지 않은 채 자율고로 전환한다면 김종엽 교수 스스로도 언급했듯이 고교 서열 체제만 더욱 복잡해지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결국 한나라당의 ‘특목고의 자율고 전환’안은 그들에게 명분과 실익을 동시에 안겨주면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조삼모사 카드’인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요구하자는 김종엽 교수의 주장은 우려할 만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특목고의 자율고 전환은 ‘차선’이 아니라 기껏해야 ‘차악’일 뿐이다.
초·중·고 12년 교육의 최종 목표가 ‘일류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의 왜곡된 교육 현실은 무언가를 스스로 판단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할 겨를 없이 그저 주어진 지식과 정보들을 최대한 많이 머릿속에 입력하고 외우는 것을 곧 ‘교육’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점수와 등수가 절대적인 평가가치가 되는 교육, 자기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꿈을 가질 것인지조차 모른 채 끊임없이 스스로를 남과 비교해야 하는 교육 방식이 유지되는 한 고통은 계속 가중될 것이다. 그 고통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우리는 당장의 특목고 폐지만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대학 서열을 없애고 대학 입학시험을 폐지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나영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팀장
[한겨레를읽고] 특목고의 자율고 전환, ‘차선’이 아니라 ‘차악’일 뿐 / 나영
김종엽 교수 칼럼 ‘특목고의 자율고 전환을 지지하자’에 대한 반론
- 수정 2009-11-11 21:37
- 등록 2009-11-1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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