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살 짜리 아들이 있다. 여지껏 아들에게 공부하란 말을 한 번도 한적이 없다. 지방 전문대학에 간신히 들어갔을 때도 믿고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던 아들이 군대에 다녀와서 대학편입을 하겠다고 한다. 이제 하고싶은 공부가 생겼다며 대학편입으로 한번 더 기회를 얻게되어 잘됐다고 한다. 스스로 하고싶은 공부가 생긴 것이 대견했다. 꿈에 부풀어 싱글벙글 공부하던 아들이 요즘 통 웃지를 않는다.
편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무슨 사정인가 알아보니 정부는 편입제도때문에 지방대가 죽는다며 편입학을 통한 대학이동의 문을 계속 좁히고 있었다. 1999년에 2, 3학년 편입을 3학년 편입만으로 줄이고, 내년부턴 일년에 두 차례 선발하던 것을 한 번으로 줄인다. 모집정원도 대폭 줄인다고 한다. 한번 들어간 학교를 계속 다니라는 뜻인가 보다. 이런 대증요법으로 지방대가 살아날지 의문이다.
아들은 뒤늦게 공부를 하려해도 사회가 도와주지 않는다고 탄식한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는 것임을 아들도 알고 과문한 나도 안다. 고등학교 때 성적으로 입학한 대학이 평생가는 사회를 기회가 많다고 할 수 있나? 부디 우리 아들과 같이 늦게 후회하는 이들에게 문을 열어달라. 교육의 중심은 수용자인 학생이다. 대학을 살리려면 편입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다닐만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김태일/서울 강남구 청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