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오월이다.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아이들의 웃음과 그 이름만 들어도 눈물나는 내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으로 설레는 시간들이다. 그러나 욕심이 많은 탓일까? 왠지 모를 허전함이 남는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은 있는데 ‘형제의 날’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왜곡된 교육 풍토와 무너진 예의범절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여전히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재조명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는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배려와 어른들을 향한 아이들의 공경심만 회복되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문제이다. 본질적으로 어른-아이, 부모-자식 등과 같이 위아래가 분명한 수직관계에서는 다툼과 갈등의 골이 깊게 형성되지 않는 법이다. 성서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 이야기(눅 15:11-32)가 좋은 예이다.
결국 인간사 대부분의 문제는 수평 대등관계로 볼 수 있는 형제 사이에서 일어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성서가 인류 최초의 살인사건을 카인과 아벨이라는 형제간의 구도로 그리는 점도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부모의 유산을 두고 형제끼리 법정 소송도 마다하지 않는 일들, 나아가 한 형제이면서도 서로 총을 겨누어야 하는 남북분단의 아픔들, 이 모두 결국 수평적 관계(형제간의 관계)에 기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형제의 날’을 제정할 것을 제안한다. 어린이날은 부모가 자녀를, 어버이날은 자녀가 부모를 위하는 날이었다면, 이날은 형제끼리 그동안 서운했던 마음을 털고 서로 격려하며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로즈데이 등 상업적 이벤트데이도 날로 늘어 가는데, ‘형제의 날’이라고 못 만들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가능하다면 정부 차원에서도 시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까지 편의상 ‘형제의 날’이라고 했지만 페미니스트들의 귀여운 딴지를 고려해서 ‘형제자매의 날’이라고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김치성/서울 노원구 상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