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동안 말로만 듣고 머리로만 생각했던 교육의 문제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나마 우리 아이는 참으로 좋으신 담임 선생님을 만나서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편이다. 이번 스승의 날을 맞이해서도 담임 선생님께서는 편지를 통해서 아이들이 손수 접은 꽃이나 편지 말고는 아무 것도 받지 않으시겠다고 단단히 일러 두셨다. 우리는 편지를 읽으면서 그 아름다운 마음 씀씀이에 적잖이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신문에 끼워진 백화점의 광고 전단을 보고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스승의 날 및 성년의 날 선물 상품전’이라고 하면서 모피옷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가격이 229만원과 198만원이었다. 200만원이 넘는 옷을 선생님이나 혹은 이제 갓 스물이 넘은 사람에게 선물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생님! 사랑합니다!’라는 코너에도 20만원 가까운 서류가방, 와이셔츠, 브로치 등 고가품들이 즐비했다. 백화점쪽에서 그런 특별전을 기획한 의도가 쉽사리 납득이 되지 않는다.
영업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백화점으로서야 스승의 날과 같은 ‘대목’을 놓치기 아까울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했더라면 그런 식의 기획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하여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판매 전략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이번 일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화점에서는 얄팍한 상술을 그만 두기를 바란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인영/서울시 노원구 상계9동
스승의 날 백화점 상술 눈살 20만원 가까운 고가품 즐비
- 수정 2005-05-17 21:42
- 등록 2005-05-17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