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서울 태릉입구 역에서 7호선으로 바꿔타려고 친구들과 정신없이 이야기하며 걷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손이 허리를 감고 엉덩이로 손을 쓸어 내렸다. 깜짝 놀라 쳐다보니 모르는 중년의 아저씨였다. 너무 놀라 그 자리에 멈춰 버렸고 친구들은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 했다. 심장이 주체 할 수 없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너무 화가 났다. 우리는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 나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어떻게든 해야 될 것 같아서 우선 뛰어서 그 아저씨를 뒤쫓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저씨는 승강장 앞에, 그것도 우리 또래의 여자들 사이에 서있었다. 또 나처럼 피해자가 생길까봐 다가가 아저씨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이것은 생각뿐 근처에서 멈춰버렸다.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나와 친구들은 다가가질 못했다. 우리 모두 겁먹은 것이었다. 그때까지도 내 심장은 떨고 있었다.
종종 주변에서 이런 피해를 당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라면 큰 소리로 따끔하게 충고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두었었는데 막상 “아!” 소리 한번 못지른 꼴이 되었다. 지금 심정으론 만원 버스에서 며칠 전 아저씨의 서류가방을 손으로 오해해 눈을 흘겼던 일에 미안한 마음을 가졌던 것마저 고의가 아니었을까 싶어 후회마저 된다. 부분으로 전체를 매도할 수는 없겠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근처에 여성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몸을 움츠리는 것에 당황하고 불쾌했던 아저씨들이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아저씨들 스스로 서로서로 성추행에 대해 환기하고 각성해서 따가운 눈초리를 피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심성희/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지하철 성추행 경각심을
- 수정 2005-04-20 17:32
- 등록 2005-04-20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