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아래 우리 같은 인연이 있을려구
나는 너를 소란스런 시장통에서 만나지 않았고
현란한 불빛 아래 피부색도 마음만큼이나
가려진 곳에서 만나지 않았다
뭔가를 증명해야 하는 영수증도 우리 사이에는 한번도 오고 간 적 없고
담보 잡고, 고리를 뜯고 바치지 않았으며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살벌한 눈 흘김도 나눈 적 없었다.
또한 우리의 만남이 장차 가져올
부가 가치를 따져 본 적은 더더욱 없다.
다만, 우리 사이에는
서로의 짐을 대신 져 주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안스러움과 생각의 다름뿐
난 세상의 살벌함을 준비시키고 싶어하고
넌 내가 잊고 사는 순수를 돌아보게 했다.
화장기 없이도 빛나는 네 얼굴과
온갖 브랜드 다 올려놔도
자꾸 늘어나는 잡티를 감출 수 없는 나는
이 피부 같은 내 속이 보일까 두려웠다
아무리 봐도 예쁠 수 없는 내게
웃는 모습이 젤로 예쁘다며 꼬드기는 너 때문에
내 남자 앞에서도 안되던
교태 섞인 눈웃음까지 흘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네게 영어 하나 가르치는데
너는 내게 인생을 가르치는구나
그래, 니가 내 스승이다.
박규숙/경기 하남시 동부여중 교사
그래, 니가 내 스승이다
- 수정 2005-03-03 20:34
- 등록 2005-03-03 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