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압박을 더하려는 미국 강경파의 행태가 점차 도를 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북한 핵문제의 외교·평화적 해결이라는 큰 원칙까지 손상될 수 있는 상황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그제 대니얼 글레이저 미국 재무부 ‘테러자금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 일행의 방한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설명과 다른 보도자료를 낸 것은 다분히 도발적이다. 대사관 쪽은 글레이저 부차관보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을) 재정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더욱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그런 요청은 없었다고 말한다. 정부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면 미국 쪽의 비상식적인 여론몰이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은 북한 고립을 말하기에 앞서 북한의 위폐 제조·유통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먼저 제시하는 것이 순서다.
지난해 가을 이후 미국 재무부와 주한 대사관은 대북 협상의 효용성을 부인하는 미국내 강경파의 사실상 선봉대 노릇을 하고 있다. 재무부는 각종 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돈줄을 죄는 데 골몰하고 있다. 대북정책 담당자도 아닌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부임하자마자 ‘북한은 범죄정권’이라고 공격해 물의를 빚었다. 이런 행태는 6자 회담 재개를 더 어렵게 만들어 핵 위기를 심화시킬 뿐이다.
이제 우리 정부의 태도가 더 중요해졌다. 우선 위폐 논란과 관련해, 분명한 사실에 대해서는 합리적 해결을 추구하되 강경파의 도발에는 분명하게 금을 그어야 한다. 강경파가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제한적으로 참여하기로 한 것도 이런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9·19 공동성명은 거저 주어진 게 아니다. 모든 참가국은 성명 내용을 진전시키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할 책임이 있다.
미국 강경파의 도발적 행태
사설
- 수정 2006-01-25 21:45
- 등록 2006-01-25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