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기차를 기다리는 발간 눈 속
계단 밑으로 새까맣게 내려가는 눈발 속
절벽 같은, 빼곡한 빌딩 속에 불 환한 구멍들
깍깍거리며 드나들고 있는 새들도 띄었다

대합실 청년이 앉았다 일어선 의자 위에도
절벽이 내려선다
몇 번씩이나 눈이 내린 층층서랍 같은 졸음 속엔
고향역 전봇대가 쏠리고 있다
빵빵한 고동색 천 가방,
그 삶엔 지금 단서가 없다

-시집 <저녁의 연인들>(랜덤하우스)에서




황 학 주 1954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시집으로 <사람> <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 <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