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발표된 주요 논문 수에선 미국과 1·2위를 다투지만, 표절 등의 이유로 철회되는 논문 역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대학은 양계장 같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독일 도이체벨레는 22일 2022년 한해 동안 전세계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학술지에서 철회된 논문 5488건 중 2879건(약 52%)이 중국 학자들의 논문이었다고 전했다. 방송은 또 영국 자연과학학술 플랫폼 힌다위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12월 현재까지 저자가 철회한 논문 9408건 가운데 8315건(88.4%)이 중국 학자의 논문이었다고 덧붙였다.
논문이 철회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표절,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 사용, 평가 조작, ‘논문 공장’ 이용 등이었다. 실제 실험을 하지 않고 다른 연구진의 실험 데이터를 인용 표시 없이 사용하거나, 동료들의 논문 평가를 조작해 제출하는 방식 등이 쓰였다. 가짜 학술 논문과 데이터를 대량 생산해 원하는 연구자에게 판매하는 조직인 ‘논문 공장’을 이용한 경우도 있었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지난해 5월 국제 학술지 ‘종양의 유전자 치료’가 중국 지린대 방사선의학과 천다웨이 교수가 2020년 10월 발표한 논문을 철회한 사실을 보도했다. 해당 논문에 사용된 사진이 다른 중국 학자가 발표한 논문에 등장하는 등 데이터가 조작되었다는 이유였다. 다른 중국 교수들도 천 교수의 논문에 실린 것과 같은 사진을 출처 없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논문이 철회됐다.
이에 중국 당국은 지난해 5~6월 닝보대와 항저우사범대, 청두 과기대 등 30여개 대학에 “학술부정 논문을 확인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후 우한대는 2021년 이후 3년 동안 철회된 과학기술 논문의 철회 사유와 학술적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하기로 했고, 산둥대는 교수와 대학원생이 발표한 논문의 부정행위 여부를 전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최근 10년새 연구·개발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성과를 내고 있지만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중국에서 양질의 논문 역시 많이 생산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2022년 미국 과학 저널 네이처가 세계 정상급 과학 학술지 82개 논문을 분석해 집계한 ‘네이처 인덱스’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고, 그해 세계 상위 1% 피인용 과학기술 논문에서도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독일에 30년 이상 거주한 중국계 교수 장준화는 도이체벨레에 “예전 상하이 자오퉁대에 근무하던 때, 충실하게 연구했지만 논문을 쓸 시간이 부족했던 일부 젊은 강사들이 다른 대학으로 옮겨가야 했다”며 “중국의 대학은 마치 양계장 같다. 대학 총장은 농장의 책임자이고, 그의 임무는 계란을 세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