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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심상치 않다.” “아니다, 경기 둔화 신호가 이미 나타났다.”

오는 29일(현지시각)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례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서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현재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번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가 최소 0.25%포인트 인상될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금리인상 행진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난주 바클레이캐피털은 현재 5%인 기준금리가 올 연말까지 6%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기관투자자가 이른바 ‘6%클럽’ 대열에 동참하기는 처음이다. 6%클럽이란 올 연말까지 연준이 통화정책의 고삐를 더욱 죌 것이라고 전망하는 경제분석가 집단을 일컫는다. 이들은 5월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았을 뿐 아니라, 벤 버냉키 총재 등 핵심인사들이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강경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든다. 이달 중순 발표된 5월 중 근원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달 대비 2.4% 올랐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지나친 긴축기조가 미국경제를 침체로 몰고갈 수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금리인상의 논거가 되고있는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실제보다 과장되었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게 주목거리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근원소비자물가를 측정하는 통계기술상의 오류 가능성을 들어 5월 중 실제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를 밑돌 것이라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미국 연준은 전년 대비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 1~2%를 ‘안도지대’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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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근원소비자물가가 상승한 것은 임대료 등 주거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그간의 금리인상에 따라 주택구입 수요가 점차 줄어든 대신 임대수요가 상대적으로 늘어난 탓이다. 근원소비자물가 구성항목 가운데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2%이다. 문제는 주거비 세부항목 가운데 72%의 가중치를 차지하는 ‘소유자임대료상당액(OER)’이 통계기술적인 측면에서 현실의 임대료 수준을 과도하게 반영한다는 데 있다. 소유자임대료상당액이란 자신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만일 주택을 소유하지 않았을 경우 지불할 의사가 있는 임대료, 다시말해 자가소유에 따른 기회비용을 뜻하는 통계상 개념이다. 현실에서는 정부의 각종 지원금 및 기타 감면분에 의해 소비자가 계약 임대료보다 적은 수준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데 반해, 통계상으로는 이런 할인혜택이 반영되지 않는다. 5월 중 실제 임대료는 전달에 비해 0.3% 늘어났음에 반해 근원소비자물가 항목상의 소유자임대료상당액 상승률은 0.6%에 달한다. 이런 맥락에서 모건스탠리의 경제분석가 스티븐 로치는 소유자임대료상당액에 따른 ‘통계적 왜곡’분을 충분히 감안해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춰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택시장의 무게가 매매에서 임대로 옮겨간 것 자체가 경기둔화의 신호라는 해석도 이어진다. 근원소비자물가 항목 가운데 주거비가 늘어났다는 사실은 곧 미국경기 동향을 앞서 가늠하게 해주는 주택경기가 이미 꺾였음을 뜻한다는 얘기다. 결국 미국 연준이 당장 금리인상 기조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지나친 통화긴축(금리인상)이 경기둔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물가상승보다는 경기둔화로 옮겨갈 시점이 점차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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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근원소비자물가계절적 요인이나 국제정치적 변수 등 일시적인 충격에 민감한 품목(곡물을 뺀 농산물이나 석유 등 원자재)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가격 변동만을 집계해 작성한 물가지수. 물가의 장기적 추세를 잘 반영하기때문에 통화정책의 운용지표로 유용하게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