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 기업들이 9.11 테러직후 주가가 급락했을 당시 경영진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톡옵션을 앞다퉈 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이 15일 보도했다.
스톡옵션은 수년 뒤에 부여시점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스톡옵션 부여시점의 주가가 낮으면 낮을 수록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9.11 테러이후 주식시장이 문을 다시 연 9월17일부터 9월30일까지 2주 사이에 1천800개 주요 기업의 스톡옵션 부여실적을 조사한 결과, 186개 기업이 임원 511명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2.6배에 달하는 것이며 1999-2003년의 평균 스톡옵션 부여 실적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
보통 9월에는 스톡옵션을 부여하지 않던 홈디포, 블랙 앤드 데커, 유나이티드 헬스그룹 등 91개 기업이 이 기간에 서둘러 스톡옵션을 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의 스톡옵션은 주가가 바닥을 찍은 9월21일을 전후해서 이뤄졌다. 뉴욕증시의 주가는 당시 9.11테러로 증시가 문을 닫았다 다시 연 17일부터 닷새장에 걸쳐 14%가 빠져 1940년 5월 독일의 프랑스 침공 이후 최악을 기록했었다.
스톡옵션 부여 금액은 3억2천500만달러에 달했다.
특히 테러대상이 된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 건너편에 위치했던 메릴린치의 경우 9.11테러로 직원 3명이 숨지는 비극을 맞았지만 9월24일 스탠리 오닐 당시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테러이전인 10일 종가보다 15% 낮은 39.80달러에 75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현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있는 오닐이 15% 떨어진 가격에 스톡옵션을 부여받음으로써 얻은 잠재적 수익은 5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릴린치의 현재 주가는 67달러에 달한다.
이밖에 보스턴의 테라딘사도 직원 1명이 테러범이 장악한 비행기에 탔다 숨졌지만 회사측은 CEO에게 테러이전보다 24% 떨어진 가격에 60여만주에 대한 스톡옵션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널은 주가가 급락했을 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국가적 비극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앞다퉈 경영진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나선 것은 어떻게해서든 경영진의 부(富)를 늘리려는 행태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또 최근 수십여개 기업이 주가가 낮은 시점으로 소급해 스톡옵션을 부여한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받고있는 점도 상기시키며 스톡옵션 제도의 문제점을 상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