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비가 부담스럽다고? 알뜰폰으로 옮겨.”
알뜰폰으로의 이동은 그동안 이동통신 이용자들이 가계통신비 부담을 가장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꼽혀왔다. 통신요금 정책을 맡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도 알뜰폰 요금을 기존 이동통신 요금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라고 강조해왔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통신망을 빌려 사용해 통신 품질은 똑같다. 기존 전화번호를 가져가 사용할 수도 있다. 거기에다 요금이 절반 수준으로 싸다고 하니, 이용자 쪽에서 보면 옮겨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가운데 알뜰폰 사용자 비중은 11%대에 머문다. 28개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1위인 씨제이(CJ)헬로비전의 가입자가 80여만명에 그친다. 가입자가 수천명에 불과한 사업자도 많다. 왜 그럴까?
<한겨레>가 한 가족이면서 이용량이 제각각인 에스케이텔레콤(SKT) 가입자 5명이 알뜰폰으로 옮기는 경우를 가정해 가계통신비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분석해 보니, 각각 부가가치세 포함 실제 청구액 기준으로 500~8100원씩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을 주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용도로 사용해 월평균 발신량이 음성통화 10분 정도뿐인 경우(남·81살)에는 에넥스텔레콤의 기본료 없는 요금제 ‘에이(A) 제로’로 옮기면 다달이 통신비가 8100원 절감된다. 유튜브와 옥수수 등의 동영상을 많이 봐 데이터통화량이 월 20GB(기가바이트)를 넘는 가입자(여·26살)가 씨제이헬로비전의 ‘더 착한 데이터 유심 10GB’ 요금제로 옮길 때는 요금 절감 폭이 500원에 그쳤다. 5명의 이동통신 요금 절감 총액은 2만3150원으로 계산됐다.

이번 분석은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 5명의 요금청구서에 명시된 음성통화·문자메시지·데이터통화 이용량을 인지도가 높은 알뜰폰 사업자 2곳(씨제이헬로비전·에넥스텔레콤)에 넘겨주며 각각 최적의 요금제로 요금이 얼마나 될지 산정해달라고 해서 지난달 에스케이텔레콤으로부터 실제 청구받은 요금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입자별 이용량에 따라 차이가 나긴 하지만 이동통신 가입자가 알뜰폰으로 옮기면 요금이 절감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동안 ‘절반 수준’이라고 알려졌던 것보다는 절감 폭이 적다. 실제로, 실제 청구액이 아닌 월 정액요금으로 단순 비교했을 때는 요금절감액이 각각 8140~1만6500원에 달했다. 월 정액요금 단순 비교 시 5명의 요금절감 총액은 5만4340원으로 실제 청구액 2만3150원에 견줘 2배에 달했다. 이번 분석 작업을 도와준 씨제이헬로비전 관계자는 “5명 모두 최적의 요금제에 가입된데다 할인혜택도 빠짐없이 챙기고 있어 요금절감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5명 모두 이번 분석에 앞서 지난 9월에 요금제를 최근 3개월 평균 이용량에 맞춰 갱신하고, 선택약정할인과 장기가입할인 등 각종 할인혜택을 빠짐없이 챙겼다.

이 가족이 집에서 이용하는 초고속인터넷·인터넷방송(IPTV)·집전화 요금까지 감안하면, 가족 가운데 일부 내지 전부가 알뜰폰으로 이동할 경우 거꾸로 가계통신비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이동통신을 4회선과 초고속인터넷·인터넷방송을 함께 이용하면 ‘티비(TB)끼리 온가족무료’란 이름의 할인을 통해 초고속인터넷·인터넷방송 이용료를 다달이 2만8천원씩 깎아주고 있는데, 가족 가운데 일부 내지 전부가 알뜰폰으로 이동하면 이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가족 5명이 모두 알뜰폰으로 옮길 경우, 이동통신 요금은 2만3150원 줄어드는 대신 초고속인터넷·인터넷방송 요금은 2만8천원이나 더 물게 된다.
이번 분석 결과는 “알뜰폰으로 옮기면 통신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게 모든 이용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씨제이헬로비전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약정과 유무선결합 등의 명목으로 다양한 할인혜택을 주고 있는데 비해 알뜰폰은 이미 요금이 싸다는 이유로 할인혜택이 별로 없는 것도 요금 격차를 좁히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며 “본인에게 최적화된 알뜰폰 요금제를 선택하면 이동통신비는 반값으로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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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