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같은 길을 가기보다는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대전 계룡공고 3학년 하지원(19·사진)군은 대입 수학능력시험일(11월7일)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교과서나 참고서보다 비디오카메라나 모니터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대다수 친구가 목표로 삼는 ‘대학’ 대신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경험이나 실력을 쌓을 기회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하군은 지난 9월 씨제이이앤엠(CJ E&M)이 1000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진행한 ‘글로벌 크리에이터 선발 대회’에서 유명 피시(PC)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패러디한 ‘스쿨 오브 레전드-로켓손’(www.youtube.com/user/wkwkwk1205)을 출품해 1등을 차지했다. 게임의 일부 내용을 학교라는 실제 공간에서 재현한 영상 창작물로, 유튜브에서 20만명 가까운 사람이 시청했다. 하군은 독학으로 배운 영상 제작·편집 기술에 직접 작곡한 곡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주최 쪽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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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대신 ‘콘텐츠 제작자’의 길을 선택한 하군은 “어려서 만화와 그림에 관심이 많아 미술학원에 다녔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영상물 제작 쪽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공부가 아닌 다른 취미나 관심사를 가져도 항상 격려해준 부모님 덕분에 확신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군은 콘텐츠 제작자로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 첫발은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티브이’에서 누적 시청자수 2억명을 돌파한 인기 개인방송운영자(BJ) ‘양띵’(양지영·24)과 벌이는 공동작업이다. ‘전세계 유튜버 50인’으로 뽑힌 양띵은 전세계 유튜브 사용자들에게 사랑받은 음악과 음악가들의 축제이자 시상식인 ‘유튜브 뮤직 어워드’(YTMAs)에 초청됐는데, 여기에 내놓을 음악과 관련한 콘텐츠를 하군과 함께 만들고 있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이 행사 시상식은 다음달 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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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군은 “필요성을 못 느껴” 수능시험에는 응하지 않고, 대신 성균관대 영상학과 수시모집에 응시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사진 씨제이이앤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