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시연회 성사 적극적…편광안경에 자신감 비쳐
삼성도 반대하진 않는데 입장바꿔 두차례나 무산
‘말의 전쟁, 다음엔 정식 결투?’
저마다 올해 새로 출시한 3차원(3D) 티브이 제품의 기술이 더 뛰어나다며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가 치열한 홍보전을 펼치는 가운데, 두 제품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장단점을 가늠해보는 비교 시연 행사가 성사될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교 시연은 각 제조사가 펼치는 일방적인 홍보전에만 의존해야 하는 소비자들로선 좀더 객관적인 제품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상대적으로 비교 시연 성사에 훨씬 적극적인 곳은 엘지 쪽이다. 올해 출시한 새 상품엔 지난해와 전혀 다른 3차원 영상 기술을 적용한 엘시디(LCD) 패널을 탑재한 터라, 비교 시연이 열릴 경우 새 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엘지전자가 적용한 필름편광안경(FPR) 방식은 엘지는 물론 삼성과 소니 등 주요 제조사들이 지난해까지 적용하던 셔터안경(SG) 방식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삼성전자 쪽이 필름편광안경방식 기술에 대해 화질이 떨어진다고 공격을 퍼부은 것도 엘지로 하여금 비교 시연 의지를 북돋운 이유다. 필름안경방식 엘시디 패널을 개발한 엘지디스플레이의 이방수 전무는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초고화질(풀HD) 구현 여부는 이미 중국 전파연구소 등 여러 기관에서 인정을 받았다”며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계속 화질 문제를 제기한다면 비교 시연을 통해 진위를 가리자”고 말했다. 앞서 이 회사의 권영수 사장도 지난 3일 비교 시연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비교 시연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 입장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3일 “공인 기관에서 비교 시연을 하자”며, 상대방인 권 사장의 비교 시연 제안을 맞받았다. 다만 국내에 3차원 영상 구현 기술을 검증할 만한 공인 기관이 없다는 점에서 윤 사장이 어떤 기관을 염두에 두고 이런 말을 했는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쪽은 “비교 시연을 의뢰할 만한 공인 기관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세천 엘지전자 부장은 “존재하지 않는 공인 기관을 통해 비교 시연을 하자는 주장은 비교 시연을 하지 말자는 것을 에둘러 말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사실 두 회사의 비교 시연 행사가 이뤄질 뻔한 건 그간 두 차례나 된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삼성전자가 뒤늦게 태도를 바꾼 탓에 무산됐다. 첫번째 자리는 지난달 말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3차원 티브이 활성화를 위한 표준전략 세미나’에서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달 18일 양사가 함께 새 제품을 전시하기로 합의했지만, 이틀 뒤인 20일 삼성전자 쪽이 전시 거부 입장을 전해왔다”며 “(입장 번복 배경이) 삼성전자 내부에 혼선이 빚어진 탓인지 아니면 마케팅 전략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26일엔 포털사이트 ‘다음’의 한 카페(HDTV&HTPC 사용자모임)가 주관해 두 제품의 비교 시연 행사를 열 예정이었으나 삼성전자 쪽이 평가 항목 등을 문제 삼고 나섬에 따라 다시 무산됐다. 이 카페는 지난해에도 두 회사의 기존 3차원 티브이 비교 시연을 진행해 삼성전자 제품이 모든 평가항목에서 엘지전자를 앞섰다는 평가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카페의 운영자인 이군배(48·자영업)씨는 “작년과 같은 평가 항목으로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 시연을 추진했지만, 삼성전자 쪽이 입장을 번복해 무산됐다”며,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선 “일반 소비자의 시선으로 제품을 평가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준다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