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애니메이션에 이어 게임도 ‘입체’(3D) 바람이다. 지난달 로스앤젤레스 전자게임쇼(E3)에는 수십종의 타이틀이 선보였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입체로 즐길 수 있는 전용 텔레비전을 시판하고, 관련 게임을 공개했다. ‘그란투리스모5’ ‘모터스톰’ ‘와이프아웃’ 등 입체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레이싱게임이나 총싸움게임이 다수 선보였다.
기존 유명 게임들도 입체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 발매 뒤 추가 콘텐츠로 입체 기능을 지원할 예정이다. ‘크라이시스2’ ‘기어즈오브워2’ ‘킬존3’ ‘프론트미션 이볼브드’ 등도 입체게임으로 출시된다.
휴대용 게임기도 마찬가지다. 닌텐도는 전용 안경 없이 게임을 3차원으로 즐길 수 있는 ‘닌텐도3디에스(DS)’를 선보였다. 국내 개발도 활발하다. 드래곤플라이는 입체영상을 이용한 온라인게임 ‘볼츠앤블립’(사진)을 첫 공개했다. ‘던전앤파이터’와 같은 액션게임으로, 입체 안경만으로 3차원을 체험할 수 있다. 자막이나 캐릭터가 입체로 표현됐고, 조작이 간단하다. 박철우 드래곤플라이 대표는 “3디 게임 산업은 2015년에 1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게임사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내 개인용컴퓨터(PC)와 가전제품 시장도 영향권이다. 피시업체들은 3디 기능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아수스는 3디 노트북을, 엘지(LG)전자는 3디 전용피시를 발매한다. 엔비디아는 일반 게임을 입체로 볼 수 있는 장치인 ‘3디 비전’을 출시했다.
하지만 입체 게임이 대중화하려면 갈 길이 멀다. 고가의 전용장비가 필요하고, 영화나 애니메이션만큼 화면이 자연스럽지 않다. 값비싼 전용모니터, 그래픽카드와 안경도 사야 한다. 일반 컴퓨터의 경우 60만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들고, 3디 텔레비전은 300만원 이 넘는 고가다. 플레이에도 불편함이 있다. 게임은 영화보다 체험시간이 길기 때문에 오랜 시간 안경을 끼고 있으면 눈이 피로해진다. 안경을 쓰지 않고 즐기는 3디 게임은 입체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닌텐도3디에스용 퍼즐게임을 체험해보니 완벽한 입체영상이라기보다는, 종이를 접어 만든 ‘입체동화책’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임사들도 입체 게임 개발이 어렵다고 말한다. 게임은 종류마다 표현방식이 달라 영화보다 입체효과를 살리기가 까다롭다는 의견이다.
이덕규 <베타뉴스>(betanews.net)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