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하루 4시간 또는 6시간 근무하는 시간제 근로자 60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정책에 적극 호응한 것이다.
삼성은 13일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해 삼성전자 2700명, 삼성디스플레이 700명 등 모두 20개 계열사에서 6000명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무별로 보면 개발 지원 1400명, 사무 지원 1800명, 환경안전 1300명 등 120개의 다양한 분야에서 뽑는다.
시간제 일자리의 주요 채용 대상은 결혼과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뒤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과 퇴직 중장년층이다. 특히 선발 인력의 일부를 55살 이상 중장년층에 할당할 계획이다. 18일부터 삼성 누리집(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접수해 12월 서류전형, 내년 1월 회사별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삼성은 시간제 근무자를 우선 2년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그 뒤에도 업무 능력이 검증된 사람은 지속적으로 고용을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근무자들은 하루 4시간 또는 6시간의 근무시간을 오전·오후 등 시간대를 선택해 일할 수 있다. 정해진 근무시간 이후에는 잔업이나 특근 없이 운영할 방침이다. 급여는 해당 직무의 가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해당 직무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과 거의 비슷하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시간제 일자리 만들기에 나선 것은 시간제 일자리로 고용률을 높이려는 정부의 시책에 따른 것인데, 허드렛일이나 판매직 등에 몰려 있던 기존 시간제 일자리에 견줘 상당히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지(LG)그룹도 10개 계열사에서 시간선택제 근로자 5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사실상 정규직으로 고용이 보장되는 것이 삼성과는 다른 점이다. 모집 직무는 번역, 심리상담, 간호사, 개발 지원, 콜센터 상담직 등이다.
정부도 이날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2017년까지 공무원 4000명(7급 이하 일반직)과 공공기관 9000명, 국공립학교 교사 3500명 등 공공 부문에서 모두 1만6500개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드는 내용을 뼈대로 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추진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공무원 및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을 추진하고, 시간선택제 공무원에게 공무원연금 혜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공공기관의 경우엔 경영평가시 시간선택제 채용 실적을 반영하기로 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