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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중앙은행간 300억달러 한도의 통화 맞교환(스와프) 거래가 열렸지만, 그것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엔 나라 안팎의 악재가 적지 않다. 은행들은 국제 금융시장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아 독자적인 외화차입은 앞으로도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한국은행과 정부가 내놓은 자금 지원대책도 은행의 원화 자금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며, 실물경기의 급격한 악화도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 은행 달러차입 여전히 어렵다

은행이 외화 차입금 상환용 달러를 마련하지 못할 위험은 줄었지만, 필요한 달러는 앞으로도 한동안 한은의 공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내 은행에 달러를 대주던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은 여전히 본점에서 빌려온 달러를 갚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외 조달 창구인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자구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장은 “글로벌 은행들이 달러를 풀지 않는 상황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자금 담당자는 “아이아르(IR·기업설명회)와 공모 절차를 거쳐 달러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일부 은행들이 적은 금액이나마 기간물(중장기 차입)을 들여오고 있지만 사모 형태로 조달하는 것이어서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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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까지 원화 유동성도 발등의 불

은행들의 유동성 애로는 외화 부문에만 머물지 않는다. 연말까지 만기에 이르는 은행채가 16조8천억원어치에 이르러 이를 상환하는 일이 버겁다. 원화 유동성 문제 또한 외화 차입 못지않게 큰 짐인 셈이다.

최근 국민연금이 은행채를 사들이기 시작했고, 오는 7일부터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RP)로 은행채를 매입하는 조처는 은행 자금사정에 숨통을 틔워주는 정도에 그친다. 은행채(신용등급 AA-) 금리가 지난달 27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직후 급락했다가, 29일에 다시 급등해 31일에는 지난달 중순(연 8.22%) 수준까지 뛰어오른 게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양진모 에스케이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한은의 은행채 직매입, 국민연금 등을 통한 채권시장 안정기금 조성 등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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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실물경기 급랭도 은행에 부담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 건설사 연쇄부도와 이에 따른 대규모 금융부실 발생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 전부터 금융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취급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에 큰 짐이 되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 피에프 사업장을 전수조사한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피에프 대출 채권의 자산 건전성 분류가 제대로 돼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대부분 저축은행들이 땅을 담보로 잡고 있어 저축은행이 급격히 부실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안심하긴 힘들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원금 상환이 시작되는 주택담보대출이 33조원에 육박하는 것도 금융시장을 옥죄고 있다. 지난달 후반부터 주요 은행 주가가 줄줄이 떨어진 것도 투자자들이 이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린이푸 세계은행 선임부총재는 지난달 3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선진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개발도상국으로 번지면서 2차 충격이 일어나고, 개도국에서도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개도국은 우선 자국의 금융부문으로 위기가 전파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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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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