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중, 황정민, 정웅인, 김여진, 조정석, 김여진…. 연기력으로 작품을 빛내는 배우들이 2월 연기 대결을 펼친다. 영화가 아닌 연극에서다.
2월2일부터 3월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이는 <리차드 3세>는 ‘명품 배우’의 향연이다. 황정민과 정웅인, 김여진이 한무대에 오른다. 황정민은 장애인으로 태어났지만 권모술수와 총명한 식견으로 권력의 중심에 선 희대의 악인 ‘리차드 3세’, 정웅인은 리차드의 맏형이자 지략가 에드워드 4세, 김여진은 그의 아내인 엘리자베스 왕비로 나온다. 세 배우 모두 원캐스트(한 역할을 혼자 연기하는 것)를 소화하는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열정도 넘친다. 김재욱과 조정석은 2월27일부터 4월29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아마데우스>에서 비운의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로 나온다. 원작의 정교함을 살리려고 영국 극작가 피터 섀퍼의 극본을 그대로 사용했고, 6인조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등 모차르트의 음악이 20곡 넘게 흐른다. 김상중과 김승우는 2월9일부터 4월15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미저리>로 만난다. 작가 폴을 동경하는 팬 애니의 광기 어린 집착을 담은 동명의 소설이 원작으로, 두 사람은 연극배우 이건명과 함께 셋이 돌아가며 폴을 연기한다.

황정민은 10년 만이고, 뮤지컬을 주로 해왔던 조정석은 7년 만에 오르는 연극 무대다. 김상중은 영화와 드라마로 데뷔한 이후 처음이고, 김재욱도 2011년 뮤지컬 <헤드윅>을 한 적은 있었지만 연극은 처음이다. 조정석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연극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상중도 고등학교 때 연극반 활동을 하며 청소년 연기상을 받는 등 평소 연극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작품성과 역할의 매력이 무대 연기 의욕을 부추겼다. <리차드 3세> 제작사는 “황정민은 굴곡진 인생과 극적인 스토리 등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캐릭터여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고 밝혔다.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을 돌아보며 재정비할 수 있다는 것과, 발성, 호흡법 등 연기의 기본을 다시 배울 수 있다는 점도 배우들의 도전이 잇따른 이유다. 황정민은 기자간담회에서 “연기를 처음 할 때 선배들의 셰익스피어 고전극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지금 친구들에게도 공부가 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명연기를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은 설렌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김여진은 기자간담회에서 “1995년 연극으로 데뷔할 당시부터 셰익스피어 극에 참여해보고 싶던 소원을 이뤘다”고 말했다. 버튼만 누르면 뚝딱 명연기가 쏟아질 것 같은 베테랑들인데도 그래서 신인처럼 열정적이다. 원캐스트를 결정한 것도 그 일환이다. 황정민은 “체력을 안배하는 것도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말고 연극만 하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잘하겠다”(황정민)는 등 저마다 각오가 대단하다. 2월 연극판이 후끈 달아오르겠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