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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아취(人棄我取), 남들이 버릴 때 나는 사려합니다.”

학고재갤러리 우찬규 대표는 지난 20일 중국 상하이에 새 전시장 ‘학고재 상하이’를 열며 기자들과 만나 <사기>를 인용했다. 주나라 상인 백규가 남들과 반대로 하여 큰 돈을 번 일화에서 나온 사자성어다.

학고재 상하이가 자리잡은 곳은 상하이의 예술특구 모간산루(莫干山路) 50호. 황포강 지류인 쑤저우허변에 있으며 상하이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다. 갤러리는 1938년께 대규모 제분공장과 방직공장을 지으면서 공단 가운데 변전소용으로 지은 2층 건물 1층이다. 맞은 편 스위스계 상아트에 이어 두번째로 큰 70평 규모다. 모간산루에는 130여 미술단체가 입주해 있고 이 가운데 상업화랑은 40여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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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한국화랑은 학고재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7년과 2008년 샘터화랑과 박여숙화랑이 각각 지점을 냈다. 하지만 현지 적응에 실패하고 국내 미술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몇 해 못 버티고 철수했다. 베이징도 마찬가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즈음해 현대, 아라리오, 아트사이드 등이 진출했으나 2010년을 전후해 모두 물러났다.

“지난 8월께 알고 지내던 항주 미술학교 진양핑 교수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빈 자리가 났는데 위치가 참 좋다면서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요.” 학고재 상하이는 그로부터 넉 달만에 부랴부랴 성사됐다. 모간산루 특구는 좀처럼 빈 자리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관리사무소에서 임대료를 통제하고 입주자를 깐깐하게 선별하면서 ‘물관리’를 하기 때문. 베이징 798지구가 이를 통제하지 못해 기념품거리로 전락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학고재 상하이의 월세는 3만5000위안(약 610만원) 정도인데 5년 전 그대로라고 한다. 게다가 경제특구에 사무실을 두어 세금 문제도 해결했다. 본래 미술품 판매액의 35%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완전 면세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우 대표는 “장기적으로 특구 내에 전시장을 하나 더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하이는 모두 480여 화랑에서 51억위안(약 8900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고, 전국적으로 한해 1000여개의 미술관이 새로 생겨나는 점 등을 들어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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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 상하이의 첫 전시는 ‘시각과 맥박’(내년 2월23일까지). 김기라, 이세현, 홍경택 등 3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김기라는 캠코더를 땅바닥에 끌고 다니거나 아파트에서 공중으로 내던지며 찍어 세태를 보여주는 영상작품 3점을 선보인다. ‘붉은 산수화’ 이세현은 여름 해변 풍경과 작가 가족의 모습 등 일상적인 장면과 제주 4·3항쟁과 한국전쟁 등 한국 현대사의 순간을 배치했다. 홍경택은 형광색 펜과 플라스틱 주걱 등으로 분출하는 에너지를 표현한 작품 3점을 소개한다. 이세현의 <비트윈 레드-187>은 높이가 3미터를 넘고 길이가 7.4미터, 홍경택의 <펜 3>은 높이 2.6미터, 길이 7.8미터로 긴 벽 하나씩을 채웠다. 우 대표는 또 하나의 사자성어 ‘소중현대(小中現大)’를 인용했다.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드러낸다는 동기창의 화론이다. “작은 공간에서 한국작가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조선족 미술평론가 윤길남 중국 중앙미술학원 교수는 “7~8년 전부터 투기자본이 치고 빠지면서 중국미술 시장이 기형화되었다”면서 “학고재가 예술성과 문화성을 유지한다면 이곳에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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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상하이/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