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 있어요? 아~, 공연을 봐야 하는데…. 표 구할 수 있나요?”
열세 살쯤 됐을까, 중학생이라는 앳된 남자아이가 간절한 눈빛으로 물었다. 29일 오후 몽골 울란바토르 팔라스 콘서트홀. 3천여석에 이르는 좌석은 이미 다 나가고 없었다. 한국 아이돌 그룹 ‘유키스’의 팬이라는 이 소년은 기자를 공연 주최 쪽으로 알았는지 자꾸만 표를 부탁하다가 힘없이 발길을 돌렸다.
영하 15도, 온 도시가 꽁꽁 언 하얀 눈으로 뒤덮인 이날 저녁 7시. 팔라스 콘서트홀에서 한국-몽골 수교 20돌을 기념해 한-몽 합동 콘서트가 열렸다. 두 나라 문화부와 주몽골대사관의 주최로, 한국 아리랑국제(TV)방송과 몽골 최대 민영방송사 
“유키스 팬이에요, 까르르. 디셈버도, 햄도 좋아요.”
“다 좋아요. 샤이니, 소녀시대, 빅뱅, 슈퍼주니어, 2엔이1. 한국 가수들 다 좋아요. 레인(비)도 좋아요. 더블에스501 김현중, 한효주, 이병헌. 까르르.”
“멋있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공연도 너무 멋있어요. 옷도 멋있게 입고요. 까르르. 인터넷 사이트에서 노래를 다운로드 받아서 듣고, 미투데이·트위터로 정보도 얻고, 시디도 사서 듣는다고요.”(왜 몽골이나 미국·중국·일본 음악이 아니라 한국 노래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초원과 게르(집)의 나라, 먼 북방 땅 몽골 아이들의 마음 속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물결, 한류가 꿈틀대고 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은 몽골 270만 인구 중 3만~4만명이 한국에 살고 있는 데서 확인된다. 한국은 몽골인의 최대 체류국가다. 노동자로, 유학생으로 몽골 인구 100명 중 1명이 한국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함께 뒤섞이면 구분이 가지 않는 비슷한 얼굴도 친근함을 돋우는 것으로 보인다.
“언니가 지금 한국에서 한국어 박사과정을 밟고 있어요. 언니가 한국 노래, 영화를 좋아해서 저도 한국문화 접하며 자랐죠. 드라마 <아이리스>도 다 봤어요.”(바트절비, 19살, 몽골국립대 한국어과 4학년)
한국 드라마, 한국 노래에 대한 관심은 한국 말 배우기, 한국 음식, 한국 옷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몽골대사관이 여는 한국어대회는 매번 성황을 이룬다”(정일 대사)고 했다. 인구 100만 명의 도시 울란바타르에만 한국 식당이 70여곳이 있을 정도로 몽골인들은 한국 음식을 즐긴다고 한다. 공연장에서 만난 여중생 사랑자야(14)와 여고생 운다르흐(16)는 한눈에도 ‘스타일리시’한 모자와 긴 부츠, 멋진 외투 차림이었는데,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을 보고는 배우 이준기의 팬이 됐다”고 했다. 몽골어 사이사이 한국 배우·가수 이름, 드라마와 노래 제목이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튀어나온다.
“한국 노래는 다른 나라 노래보다 재미있어요. 춤, 노래, 스타일. 한국 스타일이 좋아요. 친구들도 몽골, 미국 노래보다는 한국노래를 더 좋아해요. ‘지지지’ 노래할 때 입는 반바지, 긴 양말, 소녀시대 스타일 좋아해요. 친구들도 따라 해요. 목도리와 모자, 부츠, 반바지 등 한국 여자가수들이 입는 스타일이 인기에요. 드라마 보고 케이팝 공연 보고 들으며 한국말 배웠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는 게 꿈이라는 여고생 빈데르야(17)는 “꼭 한번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 급우들과 내 친구들도 다들 메이크업, 옷차림이 한국 스타일이에요. 몽골 스타일이 된 거죠. 한국 가수·배우들 보고 따라 해요. 인터넷과 유튜브, 아리랑티브이를 통해 음악 들어요.”
몽골 젊은이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열광은 드라마와 노래를 넘어 모든 한국적인 것, 한국 문화, 한국 스타일에 대한 열기로 번지고 있다. 한류는 몽골 10대들의 마음 깊숙이 파고들어 있었다.
울란바토르/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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