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예인들은 왜 이렇게 자살을 많이 하는가?”
한류 스타 박용하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지자 그의 일본 팬들은 블로그 등에 이런 의문점을 던졌다. 최근 3년 동안에만 안재환, 최진실, 장자연, 최진영씨에 이어 박용하씨까지 5명이 목숨을 끊는 등 일본에 견줘 한국 연예인들의 자살 비율이 높은 것을 두고 나온 지적이다. 모델 김다울과 영화감독 곽지균까지 포함하면 7명에 이른다.
이들의 자살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우울증 증상이나 극도의 스트레스 등 하나같이 심리상태가 불안했던 것은 공통적이다.
안재환은 사업실패 등 경제적인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최진실씨는 안재환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사채설’ 등에 시달리자 우울증 약을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진영씨도 누나 최진실씨가 자살한 이후 우울증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 경찰 발표를 보면, 박용하씨도 아버지의 병과 기획사 운영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수면제를 복용했다고 한다.
조대원 조은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연예인들은 직업적인 특성상 일반인보다 사회 적응력이 떨어진다”며 “매니저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경 써주고 좋지 않은 일도 다 해결해주기 때문에 큰일이 닥쳤을 때 받게 되는 심리적인 상처가 훨씬 크다”고 밝혔다. 연예계라는 경쟁사회에서 마음 둘 곳 없는 상황이 병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기획사의 대표는 “연예인의 경우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직업적 특성상 속내를 다 털어놓지 못하는 겉핥기식 만남이 잦아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이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하면 자살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연예인을 상품으로만 바라보는 체계적이지 못한 기획사가 난무해 연예인이 ‘감옥’ 같은 생활을 하게 되는 우리 연예계의 특성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거론된다. 월급제가 많은 일본의 경우 연예인들은 신인부터 차근차근 스타의 자리를 밟는다. 신인 때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신인 때부터 스타 대접을 해주는 대신 소속사에서 모든 것을 구속한다. 만나는 사람부터 어디서 무엇을 하는 지까지 속속들이 살핀다. 연예계 생활에 적응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스스로 시간을 관리할 위치가 되기 전까지는 모든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독립 기획사를 차린 한 배우는 “소속사 대표가 나보다 기자를 더 많이 만나고, 하라는 작품 등을 해야 하는 등 구속해 답답했다”고 말한 바 있다. 중학생 때부터 노래를 했던 한 가수는 “어른이 되고 나니 세상 물정을 하나도 모르겠다. 나는 감옥에서 살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박용하씨가 최근 자체 기획사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스트레스가 컸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조대원 대표는 “연예인들이 1인 독립 기획사를 꾸리면 모든 결정을 스스로 해야 한다”며 “특히 연예 기획사의 경우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다양한 사람들이 얽히고설켜 있어 인간적인 관계로 만났던 사람들도 계산적으로 변하기도 해, 여린 성격의 박용하씨에게 큰 상처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하씨는 숨지기 전날인 29일 밤 한 음반 관계자를 만나 “내가 운영중인 기획사가 조금 힘든 일이 있었지만 혼자 잘하면 된다”며 “동료 연예인 친구들이 고민을 털어놓으면 이제 나는 듣기만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박용하씨는 지난 2월 혼자 설립한 기획사가 직원의 금융사고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재정적 문제로 고민해 왔다고 알려진다.
한편, 박용하씨의 자살 소식을 방송가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와 <온에어>에 출연해 친분을 쌓은 송윤아씨는 현재 임신상태에서 자살 소식을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 송윤아씨의 매니저는 “출산을 앞두고 비보를 접해 말도 못할 정도로 힘들어한다”면서 “평소 너무 밝은 모습이라 자살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일본의 야후재팬에 따르면 <동방신기>의 영웅재중도 “어제 전화에서도 농담을 하거나 밝았다. 평상시와 다른 점은 느끼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를 아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를 밝고 건강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최근 그를 만났다는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늘 밝게 웃고 항상 긍정적인 사람이어서 아무도 자살할 것이라고 상상조차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가 촬영을 앞두고 있던 드라마 <러브송> 제작사 윤영하 대표는 “작품에 너무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건강한 남자”였다면서 “아버지가 암에 걸린 사실도 전혀 몰랐다. 힘들어 했으면 얼굴에 수심이 있었을 텐데 전혀 그런 모습을 내비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위터에도 비보를 접한 연예인들이 안타까움이 이어진다. 최수종은 “착하디 착하고 순진했던 그가…, 믿기지 않는다 충격이다”고 썼고, ‘옥동자’ 정종철은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바라고 많은 사람이 널 그리워할 거다”고 했다. 그와 <남자이야기>에 출연해 친분을 쌓은 배우 최필립은 “아침부터 마음이 아프네요. 정말 할 말이 없네요”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가수 서영은은 “내가 만난 용하는 개구진 모습이었는데 숨겨진 그림자가 깊었나 봅니다”라며 명복을 빌었다.
고인은 1994년 <테마게임>(MBC)으로 데뷔한 뒤 1995년 <사랑이 꽃피는 교실>(KBS 1TV), 1996년 <스타트>(KBS 1TV) 등의 드라마에서 얼굴을 알렸다. 1998년 <보고 또 보고>(MBC)의 착실한 막내 동생으로 나와 인기를 끌었고, 2002년 <겨울연가>(KBS 2TV)로 한류스타로 발돋움했다. 2008년 <온에어>(SBS), 2009년 <남자이야기>(KBS 2TV)와 영화 <작전> 등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내달 초 한국방송 방송예정이던 중국 영화 <첨밀밀>을 리메이크 한 드라마 <러브송>(가제)에 출연을 확정짓고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