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제주도 여행을 갈 기회가 생겼다. 여행길을 동반하며 언제나 좋은 사진을 담아준 카메라를 챙길까 하다가 불현듯 며칠 전 구입한 아이폰이 떠올랐다.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어보면 어떨까.’ 찰나의 생각을 즐기기로 하고 카메라 가방을 통째로 집에 둔 채 여행을 떠났다.

모험의 결과는 씁쓸했다. 아이폰으로 봤을 때는 무척 잘 나온 것 같은 사진이 많았는데, 컴퓨터로 옮겨 확인해보니 아쉬움이 밀려왔다. ‘아이폰도 어쩔 수 없는 폰카구나, 내가 왜 멀쩡한 카메라를 놓고 갔을까.’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은 일반적인 300만 화소대 폰카 사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이폰 3Gs 역시 폰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해외의 아이폰 관련 사이트를 조금만 살펴봐도 200만 화소급이던 3G 이전 아이폰과 300만 화소로 업그레이드된 아이폰 3Gs의 사진 사이에 크기 말고는 큰 차이가 없었다. 아이폰 후속 모델은 500만 화소 카메라를 달고 나온다니 좀 나아지려나.



아이폰이 지원하는 ‘탭 투 포커스’(Tap to Focus) 기능은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선물이었다. 화면을 가볍게 툭 건드리는 것만으로 초점은 물론 노출, 화이트 밸런스 등을 한 번에 잡아주는 이 기능은 가히 ‘군계일학’이었다. 화면을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눈에 띄는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기능에 대한 특별한 설명도 필요 없었다. 두꺼운 매뉴얼 책자보다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애플다움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앱스토어에 등록된 사진 관련 앱도 유용했다. 아이폰에는 폰카 사진을 분위기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앱들이 적잖게 등록돼 있다. 게다가 그 중 상당수는 공짜다.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앱만 사용해 보정했는데, 모든 작업을 마치는 데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에 비해 보정의 폭이 좁다는 한계는 있지만, 결과물을 얻는 데 필요한 작업 과정이 매우 간단했다. 컴퓨터로 사진을 꾸미는 데 소질이 없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공교롭게도 이번 제주도 여행 기간 내내 비 아니면 눈이 왔다. 여행 중 우연히 풍광이 좋은 곳을 발견했는데 날씨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날이 좋을 때 다시 와야지’하며 안타까움을 곱씹을 것이다. 카메라가 있다면 대부분 사진 한 장 찍어두는 것으로 다음을 기약할 것이다. 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허허벌판에서, 어떤 랜드마크도 없는 곳에서 찍은 사진만으로는 정확한 위치를 다시 찾기란 어렵다. 다른 사람에게 촬영 위치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아이폰이 이런 난감한 상황을 해결해줬다. 촬영 중간 중간에 지오태그가 기록된 사진을 한 장 곁들여주는 것으로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아이폰으로 촬영한 사진이라면 앱스토어에서 사진+지도 표시 기능을 지원하는 무료 앱인 ‘Koredoko’에서 사진을 열어보는 것만으로 촬영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앱스토어에는 Koredoko 외에도 지오태그 정보를 이용하는 다양한 유·무료 사진 앱이 등록돼 있다. 국내 정보가 부실한 아이폰용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인근 시설 등 부가 정보를 제공받기엔 한계는 있었다. 국내 실정에 맞는 지도를 기반으로 한 사진 앱이 하나 둘 나와준다면 국내 여행 사진도 더욱 똑똑해질 것이다.
아이폰의 사진 기능은 ‘디지털 컨버전스’의 이상적인 예이다. 아이폰 이전에도 고화소 카메라, 고성능 CPU, GPS 수신 장치 등을 내장한 스마트폰이 있었지만 사진 기능에서 아이폰 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스마트폰은 없었다. 거의 모든 핸드폰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기능들을 적당히 버무리는 것만으로도 활용 만점의 폰카 사진을 만들어주는 아이폰의 매력은 맛깔난 전주비빔밥과 비슷하다.
조승현 <포토21> 기획자